류인석 수필가

 

6·13 지방선거가 어느덧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후 지방선거 역사는 약관(弱冠)의 연륜을 지나 어느덧 이립(而立)의 경지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도 선거 때만 되면 지방을 넘어 나라 안이 온통 광풍에 휩싸인다. 표심 유치 경쟁에 지방 정가는 혼돈스럽고 민심은 산산조각이다. 

마음 급해진 일부 예비후보들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불법 선거운동 관련 잡음과 추문을 생산해 내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충남도내에서만도 벌써 몇 군데서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적발돼 사법당국에 고발되고 있다. 

선거 역사가 거듭될수록 불법 사례는 더욱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다. 국가적·국민적 불행이고 수치다. 국토 분단과 이념 분단의 대치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올림픽을 두 번씩이나 개최할 만큼 문명과 풍요를 일궈냈고,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국가가 됐다. 이런 가운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불미스러운 사례가 발생한 것은 절대로 계승해선 안 될 악덕 관행이기에 초반부터 발본색원, 단죄해야 한다. 국가 위상이나 국민의식 수준 등 어느 모로 봐도 선거 부정에 관한 시비는 이제 단절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충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충남지사 예비후보자 A 씨의 출판기념회에서 변칙적으로 기부행위를 한 아산지역 농협 직원 등 관련자들을 적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농협 직원 모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개최된 지역 출신 도지사 출마예정자 A 씨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버스 대절 요금을 지불하고 책 값과 음식물 값 대납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공주에서도 발생했다. 선관위는 공주시장 선거 입후보예정자인 B 씨를 위해 모 단체가 읍·면단위 회장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당원을 모집하고, 당비를 대납해 주는 등의 변칙적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관계자를 대전지검 공주지청에 고발했다. 공주지역 내 모 단체 관계자는 시장 후보예상자인 B 씨와 공모해 당내 경선 및 본선거에서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 부정을 획책해 왔다는 것이다. 

해당 선관위에서 예비후보자나 불법 관련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말썽이 난 부정의 핵심은 모두 예비후보자가 주체임을 다 알고 있다. 뒤에서 모사하고 조정한 음흉한 주체는 법망(法網)을 피해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순진하게 시키는 대로 따라한 사람들만 제재를 당해 온 게 그동안의 선거법 위반 처리 관행이었다면, 이젠 선거법 위반 처벌규정도 달라져야 한다. 선거제도는 가장 민주적이지만, 가장 우범적일 수도 있다. 초동단계에서부터 핵심 주모자를 일벌백계로 엄격하게 단죄해야 선거 개혁을 이룰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세태가 용틀임 치면서 권력에 편승한 일부 예비후보들의 선거조직 행태도 더욱 음흉, 교활해지고 있다. 국민 혈세로 어렵게 유치한 평창동계올림픽을 이념의 춤판으로 이용하면서 코앞으로 다가선 지방선거까지도 권력과 편법으로 휘두르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더구나 양지만 찾아다니는 교활한 철새족들까지 당비 대납 등 내밀하게 급조되는 불법 조직을 동원하려 한다면 자칫 선량한 표심 질서까지 분열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출마 예상자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롭게 거래되는 은밀한 부정·비리 소문들도 다양하다. 모 지역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현직 시장이 신시가지 개발 및 주요 시설물 이전계획을 측근에게 흘려 특정인들의 이득을 챙겨주면서 그 대가로 선거 조직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사실이라면 기득권자의 행정권력을 지방선거와 연계시키는 사전 불법 선거운동임이 명백하다. 얼마 전 어느 시장 후보가 각종 인·허가권을 빌미로 선거자금 및 선거조직을 운영하던 사실이 드러나 패가망신한 교훈이 지금도 살아있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길은 표심들이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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