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작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참으로 오랜 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해왔던 서대전광장이 드디어 대전시민들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28일 법원의 화해 조정 결정으로 토지 대금 570억 원을 지불하고 금년 1월 3일 대전시가 서대전광장의 소유권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은 날씨 탓에 뜸하지만 이제 입춘도 지났고, 우수·경칩 이후 새봄을 맞으면 공원으로서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거라는 매체들의 소식을 접하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

서대전네거리에 위치한 이 광장은 오래 전부터 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해 왔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편의를 제공해 왔으며, 특별한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더러는 체육행사나 환경보호를 주창하는 NGO 단체의 모임 또는 대전시나 민간이 주도하는 문화제, 축제 및 시상식에 선거 유세까지, 각종 집회를 통해 꾸준히 그 때 그 때, 이슈를 제공해 주기도 한 곳이다.

서대전공원은 도시철도 서대전네거리역과 인접해 있고, 호남선 철도 서대전역과도 가까워 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시내 한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인근에 대량 유통단지와 금융 및 편의 시설에 먹거리 문화도 발달해 있다. 게다가 군부대가 철수하고, 그 자리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후부터는 시민이 더욱 몰려들면서 큰 사랑을 받는 공원으로 자리를 잡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원 조성 당시부터 서대전광장의 상당 지분이 개인 소유의 사유지라서 임대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부터 상큼하게 출발하지 못하고 첫 단추를 어렵게 끼워 불안하게 시작한 공원이었다. 그런 연유로 서대전광장은 공원으로 제대로 개발할 수 없었다. 그동안 헛소문도 많이 돌았다. 어느 해인가는 서대전광장에도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풍문이 돌아 시민을 불안하게 했고, 또 언제인가는 조성돼 있던 조류사나 비둘기 광장이 폐쇄되는 걸 보면서 공원이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주변 환경이 정비되면 될수록 금싸라기 땅으로 바뀌는 서대전광장은 시민들에게 점점 더 관심이 커졌지만 오히려 그만큼 불안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 마침내 올해 초, 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고 서대전광장이 영원히 시민의 품으로 안길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은 시민들을 기쁘게 할 수밖에 없다. 도시가 비대해질수록 점점 녹색 숲은 사라지고 회색 그늘에서 탁한 공기와 미세먼지를 마셔야만 되는 우려 속에서 서대전광장과 같은 녹색공간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을 구실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전은 150만 명이 넘는 시민을 품고 있지만 시민을 포근하게 감싸줄 녹색공간인 도심공원은 매우 빈약한 편이다. 세천유원지, 보문산공원, 계족산휴양림, 계룡산국립공원의 끝자락인 수통골, 뿌리공원, 금강로하스 대청공원 등 도시 외곽에 나름대로 시민의 휴식처가 있다고는 하지만 도심에서 산소탱크가 돼 줄 공간은 지금도 절대 부족이다. 기껏해야 소규모인 가양공원, 유림공원, 동춘당공원 등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서대전공원처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고, 시민에게 휴식과 함께 각종 행사를 용이하게 치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공간은 전무한 상태다.

이런 판국에 서대전공원이 오랜 법적인 분쟁을 끝내고, 시민의 품에 안기게 된 건 정말 환영할 만하다. 앞에서도 천명했지만 서대전광장은 그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물론 일차적으론 휴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서대전공원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함께 건강을 다질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소통과 화합을 하게 하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더 큰 구실을 했던 곳이다.

필자도 봄이 되면 더 자주 서대전공원에 나가 보려 한다. 녹색 잔디밭에 서서 공원 곳곳에 자리한 우람한 소나무들과 상징적으로 서 있는 느티나무, 그리고 초록색 새 잎눈을 틔울 활엽수들을 의미 있게 바라보려 한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욱더 잦아져 붐빌 서대전공원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녹색공간을 즐기며, 시민들과 함께 갖가지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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