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판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사회 문제 공론화한 문화원, 또 다른 원도심으로 새 둥지
주한 프랑스대사관 주요기관 중 하나 '미디어테크(도서관)'도 유치

<속보>=대전판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으로 지난 2016년 철거된 프랑스문화원 대흥동 분원이 대전의 또 다른 원도심인 중구 석교동에 새롭게 문을 연다. 원도심 문화의 중심축으로 존재해온 프랑스문화원은 석교동 시대를 열며 지리적으로나 문화적 환경에서 소외된 석교동에서 다시 한 번 문화부흥을 꾀하고 있다. <본보 2016년 1월 21일 1면 등 보도>

프랑스문화원에 따르면 내달 마지막 주 새로운 보금자리인 중구 석교동 프랑스문화원 분원에서 문화원 첫 행사인 ‘프랑스어권 국가 문화축제’를 열며 석교동 시대를 알린다. 지난 2016년 대흥동 분원이 철거 된 후 햇수로 2년 만이다.

전창곤 프랑스문화원장은 “석교동에 보금자리를 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면, 이구동성으로 왜냐고 묻곤 하지만 대흥동보다 더 지리적 문화환경적으로 열악한 곳이 석교동이다”라며 “공정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의 권리를 중시하는 일관적인 태도를 갖고 지리적인 중요도보다 공간 주변이 변화할 미래를 보고 결정했다”고 분원 개원을 공식화했다.

사실 프랑스문화원은 새로운 분원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돌아왔다. 대흥동 분원 철거가 대전판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사례로 지역사회에 문화공간들이 원룸 등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일깨우고 문제를 공론화했으나 재출발을 돕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프랑스문화원 대흥동분원의 철거는 시의 지역정체성 보존을 위한 각종 대책으로 이어졌다. 옛 성산교회 등 원도심의 빈 건물을 앵커시설로 확보해 시민과 예술가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상가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 옛 제일극장통 건물주 등을 대상으로 3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문화원 분원 역시 민관이 협력해 새 둥지 이전을 추진해 몇 가지 제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결실을 얻진 못했다.

전 원장은 “대흥동을 떠날 때 시민들의 관심과 동시에 제기된 원도심 공동화에 대한 민관의 염려는 문화원의 조속한 재출발을 예견키도 했으나 실제적인 재정착을 이끌어내기엔 모두 역부족이었다”며 “그 사이 대흥동 일대는 프랑스문화원 자리는 물론이고 얼마 남지 않은 다른 공간들도 차곡차곡 원룸으로 채워지는 걸 지켜봤다. 석교동 이전 결정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봤기 때문에 더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석교동 시대 역시 문화 활성화를 꾀하는 문화원의 모습으로 인지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원 분원 개원 소식과 더불어 경사가 또 있다. 서울에 위치한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운영하던 ‘미디어테크(프랑스어도서관)’를 대전프랑스문화원에서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원 석교동분원의 규모 등이 미디어테크를 유치할 수 있을 정도로 맞아 떨어져 특별한 일이 없다면 유치는 확정적이다.

전 원장은 “문화원 입장으론 사실 부담도 크지만 이 기관을 유치하면 프랑스어 도서가 1만 4000권 정도 되고 CD, DVD 등 돈 주고도 살수 없는 자료들을 시민들이 가까이에서 열람할 수 있다”며 “이러한 문화원의 시도와 도전은 결국 대전시민들의 혜택이 될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격려해줄 수 있도록 문화원은 제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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