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硏, 근적외선 레이저 활용 ‘나노소포체’ 개발 … 치료효과 높여

레이저 조사에 따른 나노소포체 항암제 방출 촬영 이미지.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근적외선 레이저로 항암제 방출 정도를 조절하는 나노 소포체를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POSTECH 화학과 교수)은 항암제를 둘러싸는 나노 전달체를 개발, 근적외선 레이저를 조사해 항암제 방출 정도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독일 응용화학회지 온라인 판에 독일시간으로 지난 1월 29일 자로 게재됐다.

항암 치료에서 어려운 점은 정상 세포가 아닌 암 세포에만 항암제가 방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강한 항암제가 정상세포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항암제를 전달해야 항암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호박 모양의 분자인 쿠커비투릴 유도체가 수용액상에서 작은 주머니 형태의 소포체를 스스로 형성하는 성질에 착안, 소포체 내부의 빈 공간에 항암제를 넣어 항암제 전달체로 만들었다.

항암제를 담는 소포체 형성에 쓰인 쿠커비투릴 유도체는 빛에 민감한 성질을 지녀 근적외선 레이저를 조사하면 항암제 방출을 유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레이저에 노출된 쿠커비투릴 유도체가 세포 내에만 존재하는 다른 물질과 결합, 소포체 구조가 해체되면서 내부에 담고 있던 항암제를 방출하는 원리임을 밝혔다.

또 항생제 일종인 독소루비신을 담고 있는 나노 소포체 수용액을 암세포에 처리하면 세포가 이들을 흡수함을 확인했다.

암세포에 근적외선 레이저를 조사한 결과, 세포 내부로 흡수된 나노 소포체들은 레이저에 반응해 해체되고 내부에 있던 항생제를 방출했다.

이렇게 방출된 항생제는 세포핵까지 침투해 결국 암세포 사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노 소포체에 사용한 근적외선은 2개의 광자가 하나의 광자처럼 기능하는 이광자 레이저로 가시광선 레이저에 비해 생체 조직에 대한 투과력이 높으면서 일반 단백질에 대한 변성률이 낮아 부작용이 적어 근적외선에 반응하도록 고안한 나노 소포체는 항암 치료에 적합한 나노 재료다.

나아가 근적외선 레이저의 조사 시간과 강도에 따라 암세포 사멸 정도는 달라졌다.

레이저를 더 긴 시간 동안 강한 세기로 조사할수록 암세포가 사멸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레이저로 항암제 방출 정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음은 물론 항암제 전달체로서의 활용성도 증명한 셈이다.

김 연구단장은 “개발된 나노 소포체가 원하는 암 조직에만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어 항암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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