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객지 생활 중 한 교민이 묵은
우리말신문 한 아름을 던져주고 갔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우리 활자와
따끈따끈한 고국 소식에
신문을 잡은 손이 떨렸다

팥죽 속 새알을 헤아려 먹듯
나는 글자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신문을 통독했다

아야어여 오요우유 으이
모음은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와 같고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옷 시옷
자음은 호흡과 같았다
가갸거겨 고교구규 그기
나라사랑은 여기서 부터인 것 같다

- 모국어(母國語)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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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세계는 주로 낯선 땅에서 경험하는 일들이 시화된다. 낯선 이방의 땅에서 경험하는 고독과 그 곳에서 만난 이방인들과의 일상적인 삶들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그는 시 속에 ‘새’, ‘이구아나’, ‘바퀴벌레’ 같은 조류와 동물, 곤충을 하나의 소재로 투영한다. 이런 시적 소재들은 그의 고독한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다. 이 고독들은 대체로 시적 자아의 삶을 반성적 명상과 순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려는 내면적 성찰, 혹은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다.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김홍진 한남대 교수가 그의 시를 보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시인들은 어떠한 사상적 높이나 권력의 높이에 자신이 올라가 있다는 자부심 때문에 흔히 자신의 어조를 날카롭게 하고 눈빛을 빛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눈빛이 낮은 자리에서 순하고 부드럽게 열려 있다”고 평한 건 시가 주는 감동이 그만큼 짙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과 국제펜한국본부 이사로 활동하면서 문단에 시인으로도 널리 알려진 도한호 전 침례신학대 총장이 시선집 ‘찬물에 대하여’(도서출판 이든북)를 펴냈다. 도 전 총장은 이번 시선집을 1부 ‘선화동 시편’, 2부 ‘언어유희에서’, 3부 ‘나무를 심으며’, 4부 ‘노은동 시편’ 등 네 부분으로 나눠 97편의 시를 담았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의 격려에 힘입어 학생시집 ‘애가(哀歌)’를 펴낸 후 본격적인 문학도의 삶을 살아온 도 전 총장은 1983년 ‘월간문학’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이후 시집 ‘감격시대(1992)’, ‘좋은 시절(1998)’, ‘나무를 심으며(2011)’ 등을 비롯해 교양서 ‘자아를 찾아서(2011)’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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