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대 외래교수

 

“국지어음(國之語音)이 이호중국(異乎中國)하야 여문자(與文字)로 불상유통(不相流通) 할새 고(故)로 우민(愚民)이 유소욕언(有所欲言)하여도 이종불득신기정자(而終不得伸其情者) 다의(多矣)라. 여(予) 일위차민연(一爲此憫然)하야 신제이십팔자(新制二十八字) 하오니 욕사인인(欲使人人)으로 이습(易習)하야 편어일용이(便於日用耳)니라.” - 훈민정음의 원문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가 이것을 매우 딱하게 여기어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 내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히어 나날의 소용에 편리하도록 함에 있나니라.” - 한글 해설문

그래도 어렵다면 더 쉽게 풀어보자. 이래도 모를까 하노라!
“시방 나라말쌈지가 떼놈들 말하고 솔찬히 거시기혀서 글씨로는 이녁들끼리 통헐 수가 없응께로 요로코롬 혀갖고는 느그 거시기들이 씨부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거시기 헐 수 없응께 허벌나게 깝깝허지 않겄어? 그렇고롬혀서 나가 새로 스물여덟자를 거시기했응께 느그들은 수월허니 거시기 혀부러갖고 날마동 씀시롱 편하게 살어부러라.” - 훈민정음 전라도 번역문

위 글은 훈민정음과 원본과 해설문인데 늘샘 변상호 극작가와 만나면 자주 읊조리는 문장이다. 충청과 대전에서 영원한 소년으로 불리며 오로지 한글사랑만을 80여 년 외친 변상호 극작가의 담백한 글을 담은 책 ‘행복한 여백’이 오늘의 문학사에서 239쪽 분량으로 출간돼 전국 서점가에서 시나브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중부대 외국인 유학생 한국어연구반에서 늘샘은 이렇게 특강을 했다. “여러분 반가워요. 멀리 중국, 우즈베크스탄, 베트남에서 우리 한글을 배우러 와줘서 고마워요. 외국인 유학생의 가장 효과적인 한국어 공부 방법은 상대방과 대화입니다. 서로 하고픈 말을 자주 주고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 방송매체를 통한 듣기 연습과 드라마와 K-POP을 따라 부르는 것도 좋고 이 밖에 일기쓰기 연습과 맞춤법과 문법 공부, 생활 속 읽기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한글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의 한글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문자입니다. 세계의 언어사를 살펴 볼 때 한글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도 없습니다. 한글 훈민정음 창제는 1443년 12월 세종대왕이 공포했지요. 이어 1446년 9월 훈민정음의 원리와 사용법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날이 양력으로 10월 9일, 오늘의 한글날입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이상적인 알파벳 한글을 잘 배워 21세기 글로벌시대 다문화시대와 함께하세요.”

올해 80세를 넘기는 영원한 소년 변상호 극작가는 ‘영원히 마르지 않고 흐르는 것이 바로 우리의 한글’이라며 아호(雅號)를 ‘늘샘’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늘샘은 대전에서 성장해 대전 원동초동초와 한밭중, 국립 대전사범학교 졸업하고 곧장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33년 긴 교육의 여정속에서 한글과 글짓기 사랑으로 80여 년을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100세까지 이 일은 멈추지 않고 늘 샘물로 흐르리라고 건필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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