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급속성장을 기반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았다. 이와 맞물려 우리나라 SOC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 속에서 국민 편리성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래서 정부는 앞으로 5년간 매년 6%씩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인프라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현재 23조 7000억 원 수준의 인프라 예산이 5년 후면 18조 5000억 원 규모로 축소될 전망이다. 물론 우리가 가진 도로나 철도의 총 연장을 국토면적으로 나눠서 양적으로 선진국과 비교한다면 이는 그럴 듯하다.

그러나 선진국처럼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인프라라면 차근차근 유지·보수하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우린 사정이 다르다. 지난 50년간 압축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기간에 집중 투자됐다.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전체 인프라의 20%가 30년 이상의 노후시설 단계로 접어들어 이에 대한 개량 또는 재시설 등이 사회적 큰 비용으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1, 2종 시설물 중 31년 이상 된 시설물의 개수는 최근까지 3412개로 최근 노후 기반시설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압축성장기에 대량으로 공급된 기반시설의 노후화 시기가 동시에 도래해 노후 기반시설의 정비 부담 또한 가중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가 노후시설에 대한 개량에 재정 투자 비중을 높인다고 하지만 늘어나는 노후 인프라 개량 및 유지관리비 관련 재정 증액은 현실적으로 기존 시설의 노후화 속도를 따라가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우리의 인프라는 단위면적당 국민총생산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경제활동을 지탱해야 하며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는 역동적인 5000만 국민의 경제활동과 여가 등 일상생활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같이 엄청난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급격한 노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민간자본을 활용한 노후기반시설의 개량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지원기구 설립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노후 기반시설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기반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 및 효율성 개선을 위해 시설 개량이나 유지보수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 재정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민간 자본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업기획과 재원조달이 이뤄지도록 민간투자사업의 유형과 방식을 다양화하고 도시재생과의 연계, 사업성 높은 기존시설물의 운영관리권 매각, 사업기획 전 단계 민간의 창의성 활용 등을 적극적 유도하고 노후시설 전문기구를 설치해 기반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유지관리·평가·사업기획 등을 해야 한다. 또 민간투자법 등 개정을 추진하고 크라우드 펀딩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관계기관의 소극적 태도로 민간자본의 활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하수도나 도로 등 공공재이면서 필수재인 사회기반시설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해 요금이 증가할 경우 소비자 저항이 발생할 수 있고 정부 및 지자체가 적극적인 사업발굴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 처방식의 인프라 시설 관리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우리의 인프라가 이제 엄청난 부하를 견디면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활발한 국가 경제활동이 튼튼한 인프라의 대동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노후 인프라 개선에 국가예산이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민간투자방식 도입과 전담기구 설치 등에 정부가 적극적이고 유연성 있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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