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 정치학 박사

 

이번엔 미투(Me Too) 쓰나미가 대한민국에 몰아닥쳤다. 미투 쓰나미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력범으로 몰리면서 위력이 더해지고 있다. 검찰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불길은 문화예술계, 종교계, 시민단체로 옮겨 붙더니 마침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이제 거대한 미투 쓰나미로 바뀌었다. 쓰나미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는 속성을 지닌다. 미투 쓰나미로 인해 이 나라는 상당 기간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미투의 쓰나미 앞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됨은 기본이고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이 나라엔 왜 이리도 엄청난 사건과 사태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하는 짜증 섞인 불만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을 저미게 하는 '세월호 사태'와 마음을 갈기갈기 헤집어 놓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부족해 또 다시 엄청난 사태를 맞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미투 태풍은 미국에서 넘어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성도덕성 추락이 미국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 없음이 지금까지의 흐름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대형 사건과 사태들이 끊이지 않고 터지는 걸 보니, 우리 국민의 건강이 몹시 상하고 수명마저 줄어들지 않을까 겁이 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나라를 뒤흔드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부정적인 의미의 거대한 쓰나미가 우리 속으로 파고든 지 오래다. 한국은 소득의 극단화, 즉 불균형성이 유달리 심한 나라 중 하나다. 흙수저·금수저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청년실업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에서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란 책에서 '소득불균형은 종국적으로 사회불안과 분열을 가져 온다'고 갈파했다.

극단성의 심화는 언제, 무슨 사태를 부를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가 불명예스러운 자살률 세계 1위를 10여 년째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극단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하나의 방증이다. 오죽하면,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한국은 집단 자살 사회'라고 한탄했을까. 이게 우리를 덮치기 시작한 거대한 쓰나미가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의 유별난 지역갈등, 이념갈등, 남남갈등, 세대갈등 등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이념 싸움은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대화 모색, 심지어 미투 운동을 놓고도 그치지 않았다. 보수(우익)와 진보(좌익)라는 양 진영은 각기 자기편의 주장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강변한다. 알고 보면 허망한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문제들 중 중요한 하나의 키워드는 균형(밸런스) 상실이다. 안희정 전 지사의 추락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성과 감정, 육체와 정신의 균형 상실이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역시 물리적인 구조 측면에서 보면, 배의 상층부만 증축하고 하부에서 균형을 잡는 평형수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우리 헌법의 맹점인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균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나라를 혹독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1997년 IMF 외환위기도 단순하게 말하면 나라 곳간의 잔고, 즉 밸런스(balance)가 바닥나는 바람에 일어났다.

균형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 본다. 우리 사회에선 지금도 여전히 균형 잡힌 사고와 행동을 찾아보기 힘들고, 사생결단의 대립과 상식 이하의 언행이 난무한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침몰하고 불행을 겪는 관행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나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개의치 않는다.

탐욕의 경제와 극단의 정치, 추락한 사회가치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극단성을 해소하고 균형의 가치가 살아 꿈틀거리게 하는 작업을 집중적이고도 끈질기게 추진해나가야만 미래에 희망이 있다. 대변혁 시대에 균형 잡기에 소홀하거나 무감각했다간 거대한 변화의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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