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미투(#Mee Too)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까지 벼랑으로 몰았다. 미투로 인한 ‘블랙홀’이 전국을 삼키고 있다.

‘여성의 존재감’이란 역설적 표현. 세종시도 ‘미투’ 영향권에 근접한 걸까.

지난 8일 두 여성이 세종시 여론을 뒤흔들었다. 한 여성은 이니셜(initial) A로, 나머지 한 여성은 실명으로 거론됐다.

A 씨는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는 논란이다. 이 주장은 이날 인터넷 한 매체에 보도되면서 삽시간에 퍼졌다.

이 시장의 성희롱 발언과 관련한 내용은 “얼굴은 예쁜데, 언제까지 스님들 도포자락 뒤에 숨어 손잡고 다닐 것이냐”다.

A 씨는 2015년 7월 당시 세종시 종촌종합복지센터 수탁업무를 책임지는 센터장이었다.

지난 8일 정례 브리핑 중이던 이 시장은 성희롱 보도와 관련해 해명하고, 입장을 밝히는 해명자료는 3시간 뒤 대변인 명의로 발표됐다.

요지는 이렇다. 이 시장이 종촌종합복지센터 운영에 대한 격려차원의 발언은 있었으나 성희롱의 발언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미에 “확인 결과가 많이 다른 상황이지만, 여성 폄하 발언이 명확하게 확인되면 즉시 사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 시장의 입장표명이 있자 한 매체는 다음날 후속기사를 통해 당시 A 씨가 처해 있던 심정과 전후 상황 등을 보도하고 재반박했다.

센터장 A 씨는 “이 시장 발언에 대해 심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으며, 동석했던 직원들 얼굴을 바라보기도 민망한 지경이었다”고 성희롱 발언을 못 박았다.

이어 성희롱으로 불거진 이번 사건은 이 시장 취임 이후 그와 측근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채용비리 등 각종 적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매체는 이 시장이 2015년 8월 말 A 씨를 시장실로 불러 20분가량 세워놓고 종교 행사 및 행위 취소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시 고위 공무원은 특정인 채용 인사청탁 압력을 거절하자 개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센터 측에 센터장 교체 요구 등 ‘갑질’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날 비슷한 시각 세종시청 앞, 한 여성에게 시선이 쏠렸다. 이춘희 세종시장에 대해 채용비리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 표시로 삭발하는 광경이다.

김정환 씨는 이날 세종시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울분을 터트렸다.

김 씨는 “이춘희 시장님, 공기업 채용비리를 직접 공개사과 하십시오. 세종의 자녀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달라”고 항의했다.

이 같은 상황이 언론매체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제되자 일파만파로 번졌다. 네티즌들의 댓글 또한 게시판을 달궜다.

정가 역시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이춘희 세종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불똥이 어떻게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난공불락 같았던 이 시장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여자의 한(恨). 여성의 날에 삭발과 ‘미투’를 한 두 여성의 표정이 오버랩 되고 있다.

이 시장이 재선을 코앞에 두고 난기류를 만났다.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중권 본부장 sjg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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