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숙 대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지난달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평생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올해 첫 평생교육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는 기조강연으로 ‘한국 평생교육의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토마 피게티가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주장을 하면서 평생교육 측면에서 봤을 때 활동량(경제활동·정치활동·문화활동 등)이 학습량보다 지나치게 많아질 때 개인·사회조직·기업·지역사회, 나아가서는 국가의 생존문제에 위협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학습보다 활동이 우선시 돼야 하는 청소년 시절에는 지나친 학습에 인생을 허비하고 활동과 함께 학습이 수반돼야 하는 성인이 돼서는 학습과 담을 쌓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신기술·신산업 분야를 선정하고 혁신존을 조성하는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앓이’를 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강조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개인적으로 모든 자료나 세미나, 방송 등을 살펴보면 분명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은 과학계를 중심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정보통신 기술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변화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지능 정보 기술 분야에서 산업 인력 수요가 증가해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의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교육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는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며 ‘고교진학률 94%’, ‘대학진학률 71%, ‘OECD PISA 중등학생성적 국제비교 최상위’란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 ‘OECD 성인역량 수리력·문제해결력 평균 미달’, ‘평생학습 참여율 OECD평균 미달’이라는 부끄러운 수치에도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 평생교육 예산은 0.9% 수준으로 OECD국가와 비교가 불가하다(교육예산 중 평생교육예산·영국 28%·독일 18%·핀란드 11%·스웨덴 GDP의 4.9%), ICT 보급률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이 30대 이상 성인들의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은 왜 하위수준에 머무르고 있을까?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무엇인가를 인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닌데 온통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제, 4차 산업혁명의 콘텐츠에만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진짜로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수많은 변화를 거치며 성장해왔다. 변화의 속도가 최고치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이제 교육이라는 도마에 올려야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인간의 성장속도보다 빨라지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과학계와 교육계가 함께 노력해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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