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1960년대부터 시작한 경제개발 계획의 성공을 발판으로 우리들은 21세기 들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은 있었지만 한국경제는 눈부시게 빨리 성장했다. 따라서 우리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핵가족시대, 마이카시대, 개인 개성중심시대 등으로의 발전이다. 이 과정은 집단중심 사고에서 개인 및 개성 중심 사고로의 전환이 키워드다. 그 결과 개인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얻는 동시에 인간적인 외로움을 함께 갖게 된다. 이런 개별화된 사회현상들은 동질적인 문화가치를 함께 의식하고 느끼는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게 된다. 동아리 또는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영화, 체육활동, 독서, 음악활동, 미술활동 등 다양한 개성 및 취미활동 등을 통해 우리들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으려고 한다.

나는 젊은 시절에는 커피를 즐겨마셨고 오십대 이후에는 녹차를 즐겨 마셨다. 녹차를 오래 마시다 보니 녹차의 개운함 또는 청량감 뒤에 오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보이차를 접하게 됐다. 녹차와 같은 시원함을 주면서 마시고 난 뒤에 뒷맛이 좋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이 맛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회감(回甘)이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차에 관심을 갖고 원산지인 중국 운남성 맹해현을 세 번씩 여행을 하면서 보이차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지금은 즐겨 마시는 차다. 중국은 각 성(城)의 크기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큰 경우도 있고 물이 식수로 알맞지 않은 곳이 많은 것 같다. 왜냐하면 각 성마다 그 기후와 토양에 알맞은 차를 개발하고 마시고 있었다. 사천성은 죽엽청 또는 녹차를, 복건성에는 무이암차. 대홍포를, 광동성은 오룡차 등을 생산하여 마시고 있었다. 그 중 내 기호에는 보이차가 잘 맞는 것 같았다. 보이차는 처음 마실 때는 약간의 쓴맛을 느끼고 이어서 떫은맛이 난다. 조금 후에는 단맛이 나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보이차를 알게 되고 즐겨 마시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동호인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그래서 차를 함께 마시는 동호회도 두 개나 만들어졌다. 하나는 함께 차 공부를 하고 난 후, 모두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자는 의견으로 시작됐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새로 나온 차를 시음하거나 아니면 우리가 이미 준비해 논 차를 함께 마시면서 차 맛의 느낌을 서로 말한다. 그런데 가장 큰 특징은 서두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원래 차를 우려서 마신다는 것은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동호인들이 차분하면서 여유 있게 차를 내리고 마신다. 그렇다고 크게 어떤 격식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는 자유로우나 정제된 모습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험담하거나 비하하는 말들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차 마시는 풍경을 매우 좋아한다. 또 하나의 동호회는 세 부부끼리 하는 동호회다. 중국 운남성도 함께 다녀온 사람들이다. 이제 한 오년 정도를 함께하고 있다. 만나면 차를 마시면서 집안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한다. 그 중에는 어려운 일들을 겪은 부부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가 진정으로 걱정하면서 좋아지기를 함께 기원하기도 한다. 자유롭고 편안한 모임으로 만나서 차와 삶을 즐긴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생활을 즐기고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차를 마신다는 것은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발전한다. 급속한 발전 때문에 사회로부터 고립될까봐서 알지도 못하는 불안감에 억눌려 허덕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 차를 함께 마시면서 여유를 갖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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