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선다. 70세에도 애가 떡 들어선다.”

모두가 곰탕을 이르는 말이다. 곰탕은 오랜 세월 곰국으로 불리며 곰살궂게 다가선 우리민족의 대표음식이다. 사람들이 시장에 모여 옥시글거릴 때마다 빠지지 않는 에너지원. 그 곰국이 곰탕으로 개명(?)을 한 시기는 1900년대 초 어떤 사람이 ‘나주곰탕’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하면서부터다. 그러니까 곰국이 곰탕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아예 나주곰탕이라는 고유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지금의 나주는 인구 10만 여명에 불과한 소도시이지만 몇 백 년 전엔 베니스에 버금가는 교역의 장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5일장이 나주에서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재료가 넘쳐나니 음식의 종류 또한 다양해질 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곰국이었다. 이 곰국의 특징은 머리, 양지, 사태 등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내는 소의 여러 부위에 갖은 야채를 섞어 오랜 시간 우린다는 점이다. 뼈가 아닌 고기를 오래 우린 국물은 맛이 깊고 맑고 깔끔하다. 바로 이 냄새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가슴을 뜨겁게 하여 나주라는 고장에 마법의 부적을 붙여 놓았다. 냄새에 이끌려 맛을 본 사람들은 바람보다 빠르게 나주의 곰국 맛을 실어 날랐고 마침내 나주곰탕이라는 저잣거리 특화음식이 탄생한 것이다.

 

나주에서 나주곰탕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저잣거리 이곳저곳에 곰탕집이 들불처럼 번졌음에도 나주곰탕은 여전히 나주에만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나주곰탕이 너무나 맛있어서 또 먹고 싶지만 곰탕을 먹으러 나주까지 갈 수는 없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며 나주곰탕의 대중화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혜윰의 조은희 대표다.

“제 기억에 할머니가 요리를 아주 잘했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어머니의 요리솜씨를 극찬했습니다. 또 제 어머니도 형제들의 요리솜씨를 인정하더군요. 저는 요리라곤 전혀 몰랐습니다. 고향인 전라도를 떠나 서울에 올라와서도 저는 요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요리를 모르고 요리를 하지 않았다던 조 대표가 어떻게 나주곰탕을 전국적인 체인망으로 확장했을까?

“피는 못 속이는 모양입니다. 대기업 관리직원으로 근무를 할 때 우연히 곰탕집에 들렀는데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주셨던 맛을 생각하면서 한 번 고아보았지요. 맛이 있는 겁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선을 보였지요. 극찬이 쏟아졌습니다. 그 때부터 지인들이 괴롭히기 시작하더군요. 아주 진지하게요. 배겨나기가 힘들었어요 후후.”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 시작한 것처럼 보이는 곰탕집. 하지만 노련한 사냥꾼 같은 강단이 없이는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2011년 서울 자양동에 거대한 가마솥 몇 개를 걸고 곰탕집을 차렸습니다. 특별한 매뉴얼도 없이 순전히 손맛과 정성으로 국물을 고았지요. 대단한 양이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절대미각을 타고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곰탕집을 열자마자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그야말로 대박을 친 것이지요. 덕분에 셀 수 없을 만큼 돈도 벌었습니다.”

그러자 체인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체인사업은 체계적인 조직과 탁월한 경영능력을 필요로 한다. 사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조 대표가 어찌 전국적인 유통사업을 덜컥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선택한 것이 기술전수.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기술을 전수받은 사람들이 ‘나주곰탕’이라는 간판을 걸고 각자의 사업을 벌였지만 제 마음에 드는 맛을 내지 않고 제각각인 겁니다. 문제는 그들이 만드는 곰탕을 나주곰탕으로 믿고 먹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조 대표는 조심스럽게 체인사업을 생각했다. 곰탕육수는 물론 탕에 들어가는 고기와 갖가지 사이드메뉴까지 과거와는 달리 체계적 구체적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자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조 대표는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맛에 대한 매뉴얼을 정리했다. 그동안 전수된 맛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곰탕을 상품화(프랜차이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 대표의 다음 고민은 나주곰탕에 자신만의 이름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나주시 다도면 덕림리에 가면 깊은 골짜기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습니다. 성품이 순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주 깨끗한 곳이지요. 그 마을의 이름은 ‘곰작골’입니다. 저는 이곳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아 할머니, 어머니의 맛을 생각하며 이어 간다는 의미로 회사의 이름을 ‘혜윰에프앤비/삼대 곰작골 나주곰탕’이라 정했습니다.”
조 대표의 삼대 곰작골 나주곰탕은 본점인 자양점을 시작으로 서울에서 승승장구했다. 창업을 하고 단 일 년 만에 12개의 가맹점이 생겼다. 가맹점은 주마가편 식으로 늘어나 창업 5년 만에 서울에만 30여 개로 늘어났다. 이들 점포의 매출액은 월 6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이다.

“서울에서 1억 원 매출은 그리 높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5000, 6000 매출은 다릅니다. 월세가 서울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조 대표의 코멘트는 사실이었다. 서울 이외 지방의 가맹점 1호격으로 지난해 오픈한 서산 점의 월 평균 매출액이 6000만 원 이상이니 말이다. 서산 같은 지방에서 월 매출 6000 만 원이라면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순수익으로 남길 수 있다. 서산에서 6000 만 원 매출은 그동안 서울에만 머물렀던 삼대 곰작골 나주곰탕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도화선이 되었다. 서울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서산점이 꾸준하게 잘 될 수 있는 이유는 역시 맛이었다. 사람들이 나주에서만 맛 볼 수 있었던 그 나주곰탕 맛보다도 더 맛있는 맛.

“담당부장을 공장이 있는 곳에서 상주케 하다시피 합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육수 맛은 가마솥에서 끓이는 맛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쪽에서는 현재의 육수보다 더 건강하고 맛있는 맛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실험적 연구를 쉼 없이 하고 더 낫다 싶으면 개선된 육수를 가맹점에 제공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음식을 만드는 물에 특히 신경을 쓰는데 물은 음식의 참 맛을 살려내는 근원적인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TOTAL WATER SYSTEM’을 도입하여 세척은 물론 홀에서 사용하는 물까지 철저하게 관리를 합니다.”
조 대표의 금년도 목표는 두 가지. 하나는 지방으로의 가맹점 확산, 다른 하나는 해외로의 진출이다. 맛은 기본이고 수준 높은 인테리어, 간편한 운영방법, 저렴한 가맹비 등 경영의 노하우가 쌓여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산이 그렇다면 웬만한 지방에서도 먹힐 것입니다. 사람들이 아직 곰작골 나주곰탕을 몰라서 그렇지요. 실제로 최근에 가맹한 세종점에 가보면 인테리어의 수준과 운영의 간편함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곰탕은 다른 한식에 비해 손이 거의 가지 않는 간단한 음식입니다. 더구나 곰탕 및 설렁탕, 육개장 육수는 물론 고기와 모든 사이드메뉴를 모두 본사 물류센터에서 공급을 합니다. 해외진출이요? 캐나다와 중국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동포들이 물류시스템만 갖추어주면 서로 하겠다고 줄을 서 있어요. 올해 안에 그 문제를 해결하고 해외로 우리 나주곰탕의 맛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나주에서 내로라하는 원조곰탕집과 맛을 비교할 때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일단 먹어봐야 맛을 알 텐데, 제가 처음 자양동에서 곰탕집을 열었을 때, 그러니까 나주곰탕이 나주에만 있을 때 나주토박이들이 은근히 맛을 평가하러 많이 왔었습니다. 그분들, 다 드시고는 ‘그럭저럭 먹을만 하네잉, 나주 것보다 낫당께, 욕은 못하것네’라는 말들을 하고 가셨다가 다음날부터 단골이 되셨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대대적인 광고를 하면 되지 않았을까?
“돈이 어디 있습니까? 처음에 근근이 사업장을 냈는데요. 그래도 맛은 정직한지 먹어보고 알아서 체인점 하겠다고 하는 점주분들 덕분에 지금은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지만요. 이제부터 광고 좀 할까요? 하지만 역시 대대적인 광고는 하기 싫어요. 기자님과의 인터뷰도 얼마나 망설였는지 몰라요. 덕분에 충청권에 가맹점이 몇 곳 더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충청권에서 나주곰탕을 하시는 점주분들도 시너지효과를 볼테니까요.”

우리나라의 대표음식인 나주곰국, 아니 나주곰탕은 조은희 대표로 인해 대중화된 것이 사실이다. 조 대표는 바로 그 점에 무한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로 인해 전국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된 나주곰탕. 실제로 무슨무슨 나주곰탕이라는 간판이 곳곳에 걸려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나주곰탕들로 인해 나주곰탕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맛이 혼탁해질까봐 조 대표는 무척 걱정이 된다. 삼대 곰작골 나주곰탕 조은희 대표는 나주곰탕 본연의 맛을 자신만이라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황소 같은 뚝심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다.

글·사진=최종암 기자 rockj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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