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슬 대전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순경

 

얼마 전 여자사우나 사물함에서 지갑이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었다. 과학수사 업무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마음의 부담이 있었지만, 여경인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혼자 여자사우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손님들은 무슨 일이 생겼느냐며 신기하다는 듯 나를 봤다. 이런 시선을 지나 피해자와 마주하니 피해자는 사물함에 지갑을 뒀는데 없어졌다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물함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어떻게 감식을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내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부담스러웠지만 꿋꿋이 할 일을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여기서 진짜 지문이 나오긴 나오나?”, “지문은 무슨~ 못잡아”, “나도 저번에 비슷한 일로 신고했었는데 지문하고서는 없다면서 그러더니 결국 아직까지 못 잡았잖아”, “그래도 TV 보니까 지문으로 범인 많이 잡던데”, “그건 TV일 뿐이지 그게 어떻게 되겠어” 라며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찾을 수 있다고 잡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초보였던 난 함께 다니는 베테랑 조장님이 없어서였는지 조금 자신이 없었고, 주변에서 하는 얘기에 더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씩씩하게,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려 노력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혼자 감식을 한 첫날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의기양양하게 ‘찾았다’며 멋지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고 속상했다. 나는 그 이후로 한동안 혼자 감식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던 적도 있다. 내가 증거를 찾지 못해 나로 인해 피해자들이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게 굳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내게 함께 근무하는 조장님은 “증거를 찾지 못해도 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자신감 갖고 해봐. 선입견을 버리고”라며 조언을 해주셨다. 이후 나는 조언해주신 것처럼 모든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수많은 현장을 다니고, 그 현장들 속에는 유류증거물이 많은 현장도 있고 하나도 없는 현장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현장이라도 매순간 최선을 다해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물을 찾고자 노력한다. 물론 TV에 나오는 과학수사요원처럼 드라마틱하게 증거를 찾아내 범인을 바로 검거하는 모습은 현실과는 많이 다르지만, 우리는 TV 속의 그들처럼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조직이 되기 위해 기법 개발 등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도 국민들에게 “역시 과학수사다” “과학수사요원들 왔으니 범인 다 잡았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현장 감식을 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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