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소통의 한국현대시 70편 묶어…인간·사회 대한 낙관적 시각 심어줘

 

문학의 위기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고로 인간이 있기에 문학이 있고, 문학이 있기에 인간이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무한 경쟁이 휘몰아치는 사회에서 우리가 경제 담론에만 휩쓸려 인생 내면을 살찌우는 문학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여기에 더해 소위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문학 작품들은 태어날 때 가졌던 본연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달되는 경우 더욱 그렇다. 변형과 손상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퍼나르고 옮겨지는 동안 행이 바뀌고, 문장의 부호나 어휘가 달라지면서 결국 처음의 모습과는 다른 텍스트들이 거듭 왜곡돼 퍼지는 게 현실이다.

이를 바로잡는 노력과 동시에 읽는 이에게 힘과 긍정적 사유의 물꼬를 터주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줌으로써 문학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찾는 작업이 절실하다.

문학평론가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가 한국 현대시에서 삶을 피워 올릴 만한 시 작품 70편을 대전문화재단 향토예술인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신간 ‘시 한 구절의 힘’(도서출판 포엠포엠)으로 펴냈다. 그가 출간 작업에 나서게 된 건 문득 펼친 시 한 구절이 삶의 단조로움과 팍팍함을 걷어내고 작지만 의미 있는 긍정의 힘을 줄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에서였다. 이 교수는 “1990년대 초반 문학에서 거대담론이 사라진 이후 개인적 체험과 상상, 사고의 영역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는가 하면 아직 많은 시인들이 피상적인 초기 낭만주의 성향에 머무는 시 창작의 흐름 속에서 생생한 힘을 전하고 긍정과 소통의 여백을 주는 시를 찾기 수월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한남대에 부임 후 ‘문학, 삶의 향기와 거울(2003)’, ‘시인의 눈길 시인의 숨결(2005)’, ‘행간으로 읽는 문학(2017)’ 등의 평론집을 포함해 30여 권에 달하는 저서와 역서를 펴낸바 있다.  그는 “삶의 위안을 주는 시와 작품이 주는 여운들을 함께 담아냈다”며 “잡지나 시집을 정본 삼아 작품 본연의 변형을 막는 엄격한 의식과 노력이 매우 어려웠지만 우리 시의 긍정의 힘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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