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선물보다 가성비 먼저 따져…명품지갑·가방 등 매출은 ‘뚝뚝’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만큼 각종 기념일 특수도 사라지고 있다. 2월과 3월은 기념일 중에 손꼽히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있는 달이지만 유통업계는 아쉬운 매출 성적표를 받았다. 불황의 여파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소비 트렌드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화이트데이 대목을 앞둔 현재 유통업계에 따르면 기념일 상품은 매출에 영향을 주는 비싼 선물보다는 가성비를 따진 저렴한 선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탕을 비롯해 가방, 지갑, 액세서리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체로 1만 원~ 10만 원 이하의 선물들의 판매량만 증가하고 고가의 선물 판매량은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부터 본격적인 화이트데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은 이 기간 동안 과자, 간식류 등만 전년 동기대비 60% 신장했고, 빵과 케이크 등도 35% 신장했다.

온라인몰도 마찬가지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같은 기간 남성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조사한 결과 선물로 인기였던 쥬얼리 세트와 지갑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초콜릿과 젤리 판매량은 50% 이상 증가했다.

기념일에도 팍팍한 경제 상황 때문에 청년층의 소비가 크게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유통업계는 매년 명품지갑, 가방 등으로 기념일 특수를 봤지만 최근 불황의 여파로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이 얇아졌고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풍토까지 변화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기념일 상품을 지난달과 이달 연속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만 원 이하의 상품이 많이 나갈 뿐, 5만 원 이상 선물 판매는 저조하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의 화이트데이 선물 매출은 만원 미만 제품이 전체 매출의 70%를 넘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들의 가처분소득이 낮아지면서 고가 선물을 할 여력이 없고 각종 ‘데이’에 싫증을 느껴 효과가 없어진 탓도 있다”며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 등의 악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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