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기자의 세상속으로] 우리 모두가 2차 가해자였다
[OB기자의 세상속으로] 우리 모두가 2차 가해자였다
  • 금강일보
  • 승인 2018.03.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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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 한남대학교 홍보팀장/전 한국일보 기자

 

“뉴스를 보면 MT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술을 강요해서 가끔씩 사고가 터지는데 불안합니다.” 최근 열린 한남대학교 신입생 학부모간담회에서 나온 첫 번째 질문이었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집 고3 딸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학 가면 술을 강제로 먹인다던데…”

잘못된 음주문화는 우리사회의 해묵은 폐해이다. 술 자체의 위험성도 있지만, 술자리의 강압과 폭력성이 더 주목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다. 그 이면에는 갑을 권력관계가 작동하고, 권위적 문화가 뿌리박혀 있다.

어디 술뿐이겠는가? 음담패설을 한두 개쯤 할 줄 알아야 사회생활의 감각이 있다고 했고, 성폭력이 곳곳에 만연한 것을 애써 눈감아온 사회였다. 요즘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미투(#MeToo) 운동으로 그 민낯이 새삼 드러나고 있다. 가해자가 유명인사인 것은 뉴스 가치를 높일 뿐 본질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평범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자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즉, 나의 문제로 가까이 가져와야 한다.

한국의 기성세대 남성들은 1차 가해자는 아니더라도 2차 가해자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한 폭력적인 문화를 수용하고 공고히 자리잡게 하는데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함께한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부터도 2차 가해자였음을 고백하고 반성한다.

신입생들은, 신입직원들은 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잘못된 권위주의의 눈치를 보면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나를 포함해 기성세대는 이것이 다 성장(?)하는 과정이라면서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 다른 억압이었다. 그런 구태와 악습을 이제 끊어야 한다, 더 이상 유산으로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투 운동은 기성세대에게도, 신진세대에게도 혈관 깊숙이 흡수되어야 한다. 우리 삶의 태도와 습관, 관계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파급되어야 한다. 이번 절호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 4차 산업혁명만 중요한 게 아니다. 그에 걸맞은 사회문화의 혁명적 전환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내야 한다, 강압과 폭력과 따돌림의 2차 피해를 가하지 않겠다고! 가해의 공동체 문화에서 나부터 이탈하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겨보자.


그런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지난 주말에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로부터 받은 글이다. 이런 용기에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의 화답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처음으로 술 없는 학과 M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수십 년 지속되어온 관행이 그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정착되기 바랍니다. ‘마구 토하는 모임(MT)’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모임(MT)’으로서 그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술 없이 어떻게 처음 서먹한 분위기를 깰 수 있을까? 술 없이 어떻게 분위기를 업(up)시킬 수 있을까? 술 없이 어떻게 마음을 서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공연한 걱정일 뿐입니다.

기성세대가 얼마나 오랫동안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지, 그 잘못된 틀과 고정관념이 어떻게 처음 대학문에 발을 딛는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MT문화를 통해 전달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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