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지난 2월초에 유럽 3개 도시(바르셀로나, 파리, 암스테르담)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선진 교통체계를 체험하고 느끼고 배우기 위해서다. 방문한 도시마다 지하철, 트램, 시내버스, 택시, 공공자전거가 발달되어 있었다. 도로 곳곳의 전기자동차 카셰어링(차량공유) 충전소가 눈에 띄었다. 파리에서는 우버택시(국내에서는 불법)가 성행 중이고, 거치대 없이 아무 곳에나 세워두고 대여하는 신개념 공공자전거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듣던 대로 교통 선진도시다.

유럽 도시는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런 의문 속에서 출장이 끝날 무렵 어떤 느낌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개인마다 자유로워 보였지만 질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소감을 현지인에게 얘기하니 “이곳은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지만 교통만큼은 사회주의 국가처럼 ‘공공성’을 강조한다”고 알려준다. 유럽 선진국에서 중요하게 강조한다는 ‘공공성’의 관점으로 우리의 교통체계를 살피니 대중교통과 질서가 가장 먼저 보인다.

대중교통은 영어로 Public transport(퍼블릭 트랜스포트)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Public(퍼블릭)은 일반적으로 공공(公共)으로 번역되는 단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통에서는 대중(大衆)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중’은 '수많은 사람의 무리'를 뜻한다. 그래서 대중교통은 단순히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의 느낌이 강하다. ‘양’적 개념만 있고 사람에 대한 ‘존엄성’은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한 단계 높은 교통서비스를 시작하려면 대중교통의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영어로 Public transport가 대중교통이 된 이유는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이 적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도시철도처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교통수단도 있지만 과거에는 다수 이용자를 위한 교통서비스는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시내버스가 전부였다.

따라서 이제는 대중교통을 ‘공공교통’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전광역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도시철도공사에서 도시철도1호선을 운행 중이므로 이제는 ‘공공교통’이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대중교통을 ‘공공교통’으로 부르게 되면 대전시는 공공서비스를 적정하게 공급할 의무가 강화된다. 개인교통에 반대되는 개념인 다수를 위한 공공교통은 정책이나 투자의 우선순위 확보도 수월해 진다. 결과적으로 시민의 이동이 더욱 편리해질 수 있다.

공공교통에서 시민은 누릴 권리와 질서를 지킬 책임이 있다.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주체가 된다. 이러려면 우리에게도 교통수단이나 시설에서 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질서를 존중하는 공공성이 필요하다. 공공성이 없다면 온 도시를 지하철과 트램으로 연결하더라도 진정한 선진도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다. 고상할 것만 같은 이 도시에는 동성애자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의 수도이자 최대 경제·문화도시인 암스테르담은 '인간의 모든 자유를 허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리화나가 합법화 되어있고 성(性)문화도 개방되어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처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지만 교통 분야에서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사회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은 어려서부터 공공성을 교육하고 있다. 시민의 권리와 기초질서 등 의무를 가르치는 시민교육이 학교(초?중?고등) 정식 교과에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질서도 잘 지켜져서 교통사고가 적게 발생한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9.1명이다. 프랑스, 독일 등 OECD에 소속된 유럽 22개국 (산술)평균은 4.9명이다.

‘나’에게는 약간의 제약이 있더라도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 공공성이다. 그간의 대중교통 공공성은 인프라 공급 위주였다. 따라서 모두가 편리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사회가 되려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공성이 꼭 필요하다. 이제는 공공교통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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