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날씨와 여행]음력 초하루 한림 귀덕리서 영등신 환영제…곳곳 수선화·매화·튤립 등 봄꽃 향 가득 

이번 주말(17∼18일) 제주는 구름 많은 흐린 날씨를 보이다가 일요일 밤부터 다시 비가 오겠다.

제주에는 봄바람이 불어올 무렵인 음력 2월 1일 섬에 들어와 해녀와 어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보름간 머물다 돌아간다는 '영등신'(영등할망)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풍요를 가져다주는 영등신을 환영하고 보내는 축제가 주말부터 보름 동안 펼쳐진다.

튤립과 각종 야생화는 수선화·매화에 이어 더욱 진한 봄소식을 전한다. 가족과 함께 봄꽃을 구경하러 나들이 떠나는 것도 좋다.

 

◇ 토요일 흐리다가 일요일 밤늦게 비

토요일인 17일은 서해상에서 동진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구름이 많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6∼7도, 낮 최고기온은 12∼14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인 18일은 차차 흐려져 밤늦게부터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 최저기온은 9∼10도, 낮 최고기온은 16∼18도로 예상된다.

바다의 물결은 17일까지 풍랑특보가 이어지며 제주 전 해상에서 2∼4m 높은 파도가 인다. 18일에는 1∼2.5m로 낮아지겠다.

2017 영등바람축제[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공=연합뉴스]

2017 영등바람축제[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공=연합뉴스]

 

◇ 영등신과 함께 제주서 신(神) 바람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이 되면 바람의 신(神)인 '영등신'은 아득한 해원 깊은 곳 바람의 궁전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제주를 찾는다.

수많은 바람을 이끌고 구름치마를 펼친 채 제주 한림읍 귀덕리의 포구인 '복덕개' 그윽한 바다 기슭에 첫발을 디딘 영등신은 보름 동안 섬 곳곳에 깃들어 있는 형제들을 일깨우고 풍요와 평화의 씨 뿌림을 한다.

경작지에는 곡식 씨앗을, 바닷가에는 전복·우뭇가사리·미역 등 생명의 씨앗을 각각 뿌리고 봉숭아꽃·동백꽃을 피워 봄기운을 돋운다.

1만8천에 이르는 제주의 무수한 신들과 조우한 영등신은 열닷새째 우도를 거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

예로부터 제주의 사람들은 꽃샘추위와 함께 풍요를 가져다주는 영등신을 위해 환영제와 송별제를 하며 봄을 반겼다.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제주의 민속 제례 '영등굿'에 내재한 생명과 복원의 의미를 되새기고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주말부터 도내 곳곳에서 '2018 영등바람축제 - 신과 함께하는 바람길 영등손맞이'(이하 2018 영등바람축제) 행사를 연다.

영등신이 지나는 마을들은 저마다 특징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통 영등신앙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변형해 마을 축제에 동참한다.

축제는 영등신이 제주에 들어오기 하루 전날인 16일 영등신이 들어오는 길목인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에서부터 환영의 의미를 담아 바람의 모양을 형상화한 등불을 밝히며 시작한다.

2017 영등바람축제[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공=연합뉴스]

2017 영등바람축제[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공=연합뉴스]

 

음력 초하룻날인 17일에는 영등신이 드디어 제주에 첫발을 내디딘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복덕개에서는 예로부터 영등신이 제주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영등신맞이 '영등환영제'가 마을 당굿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귀덕마을 축제는 이러한 전통을 그대로 이어간다.

오전 9시 영등할망신화공원(귀덕1리어촌계복지회관 인근)에서 열리는 영등굿을 비롯해 영등할망의 얼굴 탈과 바람등(燈)을 앞세운 가지각색의 퍼레이드가 주민과 관광객들을 신명 나는 축제의 장으로 이끈다.

귀덕리 마을회관에서는 그림자극과 어린이 난타, 영감놀이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영등바람축제는 함덕리(25일), 하례리(27일), 건입동(30일) 등으로 이어진다.

영등굿은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제주에 찾아와 바다에 온갖 수산물의 씨를 뿌린 뒤 열닷샛날 본국으로 떠나는 바람의 신이자 바다의 여신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제주의 민속 제례다.

제주칠머리당굿은 1980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으며, 2009년 9월에는 세계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활짝 핀 튤립

활짝 핀 튤립(서귀포=연합뉴스)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상효원에 튤립이 활짝 피었다. 2018.3.6

 

◇ 진한 향기 '봄꽃 나들이'

수선화, 매화, 목련에 이어 튤립과 각종 야생화가 줄지어 꽃망울을 터트리며 제주에는 더욱 진한 봄 향기가 물씬 묻어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산간에 위치한 상효원은 튤립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1일 시작, 내달 8일까지 진행한다.

빨강, 노랑, 보라 등 가지각색의 튤립이 상효원 야외정원에 전시돼 관람객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상효원에 전시될 튤립은 16가지 품종으로 골든아펠돈, 플래밍플레그, 아펠돈, 블루스펙터클, 워싱턴, 플래밍패럿, 퍼플플래그, 린반더마크, 바르셀로나, 시네다블루, 화이트드림 등이다.

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 매화정원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의 노리매 공원에서는 지난달 시작한 매화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한림공원에는 능수버들처럼 길게 가지를 늘어뜨린 90년생 이상 능수매와 20년 이상 된 백매화, 매화, 겹백매화, 겹홍매화, 청매화 등이 장관을 이룬다.

성산읍 유채꽃밭[연합뉴스 자료사진]

성산읍 유채꽃밭[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리매 공원에서는 매화뿐만 아니라 유채꽃·수선화·목련 등 다양한 봄꽃과 나무, 들꽃, 분재 등이 공원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봄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난 야생화들도 있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는 봄을 맞아 복수초, 변산바람꽃 등 야생화가 활짝 피면서 나들이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복수초의 최대 군락지라 할 수 있는 절물자연휴양림은 너나들이길, 생이소리길 등 무장애산책로 주변에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만개해 삼나무 숲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이른 봄 눈 속에서도 피는 꽃 중 하나인 복수초는 노랗게 피어 기쁨을 준다하여 복수초(福壽草)라 하며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물자연휴양림에는 2∼3월 복수초, 변산바람꽃, 4∼5월 새우란, 6∼7월 산수국, 8∼9월 상사화와 꽃무릇 등 계절에 따라 야생화 군락을 이루고 있어 많은 이용객이 야생화를 보기 위해 찾고 있다.

봄의 싱그러움을 전하는 유채꽃도 제주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유채꽃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성산읍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인근 광치기 해변 일대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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