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3월 3주차 브리핑>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자신에 대한 성추행 의혹 관련 기사를 게재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봉주 vs 프레시안, 데스매치 링에 오르다

-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지만 유혈 낭자한 채 목숨 걸고 싸우는 모습엔 누구라도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봉주 전 의원과 프레시안과의 싸움이 흡사 그렇다. 지는 사람이 모든 것을 잃는 게임. 이른바 ‘단두대 매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프레시안이 지난 7일 처음 정 전 의원에 대한 미투 폭로 보도를 게재했을 때만 해도 안희정 전 지사에 이은 또 한 명의 진보계열 유명인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것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후 사태 흐름은 간단하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이 ‘23일 렉싱턴 호텔에서 강제 입맞춤을 시도했다’는 프레시안의 핵심 보도 내용을 반박하는 알리바이와 이를 입증해줄 ‘물증’을 잇달아 내놓았고,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의 혐의를 입증해 줄 증인을 잇따라 내세우는 등 반박과 재반박의 난타전이 연일 펼쳐진 것이다. 나아가 정 전 의원은 지난 13일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 2명을 검찰에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프레시안도 이에 맞서 16일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는 등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검찰 수사에 의해 모든 것이 가려지게 되겠지만, 양쪽이 모든 것을 걸고 난타전을 벌인 만큼 지는 쪽은 민․형사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생명 또는 매체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양쪽의 진실공방 만큼이나 뜨거운 댓글 공방이 지난 한 주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여론을 이번 대결의 심판으로 간주한다면 인터넷에서만큼은 정 전 의원의 압승이 점쳐진다. 프레시안이 피해 증언 이외에 별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관련 게시글과 댓글을 통해 “프레시안 조합 커뮤니티 가보니 회원탈퇴가 줄을 잇고 있음. (떠벅이네)”, “정봉주는 700장이 넘는 사진 증거물을 갖고 있고, 프레시안은 단 한 명의 유력한 목격자(?)만 갖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누가 봐도 봉도사 1승! (냅도냅두라구)”, “안녕 프레시안~ 멀리 안 나간다 (리치웨이)”, “프레시안이 A의 진술을 진실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면, 허위보도도 아니고, 명예훼손도 아니라고 판결날 수 있습니다. (보통시민)”, “프레시안 덕택에 미투가 가장 안 좋은 방식으로 작살나겠군요 (그냥그래용)”, “미투광풍으로 압박하면 정봉주가 백기 들거라 생각했겠지만 실패!! (루이보리)”,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요? 정봉주가 유력 서울시장 후보도 아닌데 무슨 이익을 보겠다고 프레시안이 거짓보도를 했겠습니까 (宇宙神祕)”, “아니땐 굴뚝? 그 논리로 수많은 지식인들이 간첩으로 몰려 죽었죠. 마녀사냥하던 중세도 아니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할소리는 아니네요. (알래스카수협)”, “미투는 여성운동이 아니다.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매우 구체적이고 신중해야 하며,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해야 한다 – 타라나 버크(미투운동 창설자) (서희어딨냐)”, “모든 사항이 한국의 미투에는 해당되지 않는군요. (뿌꾸언니)”, “실명 없는 미투야말로 또 다른 폭력인 거 모르냐? (호모데우스)” 등등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이런 가운데 유명 SNS 평론가 전우용 역사학자는 “기자라면 ‘사실로 입증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사건을 ‘입증된 사실’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고 프레시안의 보도 태도를 지적했고, 반대로 정 전 의원과 같은 방송에 출연 중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대가를 약속하며 폭로에 나서게 만든다? 백주 대낮에 이게 가능한 일이라 믿는가?”라며 프레시안을 두둔하는 기고글을 남겨, 유명인들 간의 장외 대결도 또 다른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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