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학교 정원에 비해 아이들이 많아 오전·오후반으로 학교를 다니던 그 때의 아이들은 등교 전이나 하교 후 학교 인근에 있던 천(川)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처럼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천에 직접 발을 담그고 아이들과 물장구를 치며 놀던 시절이다. 그 당시 ‘미래에 물을 사먹어야 하는 세상이 온다’는 예견을 헛소리로 치부했으나 지금에 와선 당연한 일이 됐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던 봉이 김선달의 풍자와 허구가 아닌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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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다. 국제인구행동단체(PAI)는 세계 각국의 연간 1인당 가용한 재생성 가능 수자원량을 산정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 국가를 물 기근(1000㎥ 미만), 물 부족(1000㎥ 이상~1700㎥ 미만), 물 풍요(1700㎥ 이상) 국가로 분류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재생성 가능한 수량이 1452㎥으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다.

연평균 강수량이 1283㎜로 세계 평균의 1.3배이나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이 연간 2705㎥로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하다. 또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뤄져 있고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간다. 여기에 도심 대부분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덥혀 있어 비가 내려도 담수를 저장하지 못한다. 이 연구소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오는 2025년 많게는 1327㎥, 적게는 1199㎥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전망을 확인시켜주듯 최근 가뭄이 자주 발생한다. 더욱이 과거 장마철 이전 봄철 농번기에 문제가 되던 가뭄이 이제는 겨울부터 시작되는 등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이상기후 현상이 더해지면서 여름철 국지성 폭우, 겨울과 봄 사이의 가뭄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엔 충남 서부에 대가뭄이 들었고 2016년엔 태풍 차바로 부산 해운대 일대가 물에 잠기는 난리를 겪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물 부족 문제를 공급량보다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정의한다. 오죽하면 계획 없이 낭비하고 아쉬움 없이 사용하는 것을 빗댄 말을 ‘물 쓰듯 한다’고 표현했을까. 우리나라 1인당 일평균 물사용량은 2001년 266리터였으나 매년 증가해 2016년 287리터까지 늘었다. 물 선진국의 하루사용량이 150리터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물을 물 쓰듯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물을 아끼는 생활 속 실천은 부족하다. 수도꼭지나 샤워기를 틀어 놓은 상태에서 양치질을 하거나 비누칠을 하는 등 불필요한 물 낭비가 심각하다. 공공재라는 미명 아래 저렴한 가격으로 물을 공급받아 사용하다 보니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에 기존의 공급 중심의 물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물낭비 억제를 위한 수도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아울러 비가 내리고 고이고 흐르는 건강한 물 순환체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물 순환체계가 단절되면서 홍수와 가뭄이 교차하는 등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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