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안희정 지우기’, 박영순 ‘권선택 지우기’
노골적 친문 마케팅에 “속보이는 행태” 개탄 일어

▲ 박영순 대전시장 예비후보 측이 ‘대전 발전 핫라인’을 슬로건으로 제작한 홍보물.
▲ 허태정 대전시장 예비후보 측이 경선선대위 참여 인사 1차 명단을 발표하면서 낸 보도자료 표지.

민선 7기 대전시장직에 도전하는 허태정(52) 전 유성구청장과 박영순(53)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두 시장 예비후보가 본선에 앞선 당내 예선 통과를 위해 열을 내면서 ‘친문(친문재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허 예비후보 측 ‘더행복캠’은 최근 경선대책위원회 참여 인사 1차 명단(303명)을 발표하면서 ‘문재인을 만든 사람들이 허태정에게 간 이유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친문 주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더행복캠 관계자는 “1차 발표임에도 허 예비후보의 승리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자발적으로 많은 인사들이 참여했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인사들의 대거 참여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인 박 예비후보 측은 ‘대전 발전 핫라인’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 캠프 명칭을 ‘문통직통(文統直通)’이라고 지어 문 대통령과 ‘직거래’가 가능한 시장이 될 것임을 드러냈다.

문통직통 관계자는 “‘대전 발전 핫라인’이란 슬로건에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전 발전을 견인하는 힘 있는 여당 시장으로 선택 받기 위해 대통령과 핫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문 경쟁에 급급한 이들에 대해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후광을 입은 ‘주군(?)’과 거리를 두며 그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으로, 허 예비후보는 ‘안희정 지우기’, 박 예비후보는 ‘권선택 지우기’에 나서며 노골적으로 친문을 자임하는 속보이는 행태가 당내에서부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안 전 지사의 후광을 입어 재선 기초단체장을 지낸 허 예비후보의 경우 대표적인 친안(친안희정)계 정치인으로 분류됨에도 철저히 안 전 충남지사와 선긋기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안 전 자사의 성폭행 의혹이 폭로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음에도 이후 일절 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가 아무런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자 친안계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마저 방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경선선대위 참여 인사들 가운데 ‘안희정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로 희석시켰다는 구설에도 오르고 있다.

박 예비후보에 대해선 대전시 정무특보로 재임하던 지난해 7월 권 전 시장의 적극적인 천거로 청와대에 입성했는데, 자신이 문 대통령의 측근임을 과대 포장해 지나치게 친문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며 그의 행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친권(친권선택)’ 인사들이 있다. 또 권 전 시장 재임 시 실정(失政)에 대해선 “권한이 없었다”,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라는 식으로 거리를 두면서, 8개월간의 짧은 행정관 근무 경력은 침소봉대해 대전의 각종 현안 추진에 자신이 해결사 역할을 한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는 질타도 있다.

대전의 한 민주당 인사는 “허 예비후보가 안희정의 측근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안희정 사태’에 대해 침묵하며 ‘남의 일’로 치부하는 것이 오히려 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박 예비후보는 청와대의 낙점을 받아 대전시장에 출마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대통령을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당의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촌평하며 친문 경쟁에 몰두하는 두 정치인을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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