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거르고 6시간도 못자고, 실상은 더 심각

#1.평일 저녁 대전 서구의 한 패스트푸트점이 햄버거를 주문하는 청소년들로 가득하다. 교복을 입고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이들은 “가격 대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만한 곳이 없어요.”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짜투리 시간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2.시곗바늘이 밤 10시를 향해 가고 있던 지난 17일 대전 중구의 한 학원가엔 차량을 기다리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지역 중·고등학생들은 학년도, 학급도 새롭게 변했지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쳇바퀴처럼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곳은 학원임에는 변함이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생활습관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9일 교육부의 2017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학생들의 평균 키는 초·중학생의 경우 조금씩 커지고 있으나 고등학생은 거의 변화가 없어 성장세가 둔화됐다. 평균 몸무게는 모든 학교 급에서 늘었다. 비만학생 비율이 17.3%로 나타나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했고 지역별로는 농어촌(읍·면) 지역이 도시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초·중·고등학생의 신체발달 상황, 건강생활 실천정도(건강조사) 및 주요 질환(건강검진)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764개교 표본학교 건강검사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를 보면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의 경우 초 68%, 중 78.5% 고 80.47%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했으며 우유·유제품과 채소 매일 섭취율은 반대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감소했다.

몸무게 역시 최근 5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어 교육부는 비만학생 대상으로 대사증후군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학생 건강검진 항목 개선을 위한 ‘학교 건강검사규칙’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하루 6시간 이내 수면율도 중학생은 12.43%, 초등학생은 2.7%에 그친 반면 고등학생은 44.34%로 10명 중 4명은 하루 6시간도 수면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17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명목 사교육비는 27만 1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학교급별 전년대비 증가폭은 고등학교가 전년대비 2만 2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교육에 소비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학생들이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생활 속 운동 실천을 위해선 생활 패턴의 변화 없이 교육 자료만으론 개선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금의 학생들을 보면 과로사 기준을 넘어서고 있고 대입을 목적으로 한 무한경쟁에 과속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 대학가서 건강관리를 하면 된다. 소위 좋은 대학을 가면 다 해결된다고 얘기한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며 “건강, 비만예방을 위해선 소아·청소년기부터 노력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모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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