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관직에 따라 아내 지위도 결정

▲ 경국대전 종부직에 따라 윤변의 처, 숙인 황씨를 정부인으로 임명한 교지(숙종11, 1685) [충남역사박물관 소장]

여성의 관로 진출이 완전히 단절되었던 전통시대에도 여성에게 법제화된 지위가 있었다.

바로 ‘외명부(外命婦)’라는 제도이다. 외명부는 여성이 가지는 유일한 사회적 지위로, 경국대전 외명부 조에 “(여성의) 봉작은 남편의 관직에 따른다[封爵從夫職]”라는 규정에 근거한다. 즉, ‘종부직’은 남편의 지위에 따라 아내의 지위가 정해진다는, 조선의 법제화된 여필종부제도인 셈이다.

근래 ‘공관병갑질 사건’이란 이름으로 떠들썩했던 육군대장 부인의 공관병 인권유린 사건을 접하면서 문득 ‘종부직’이 떠올랐다. 아마도 대장의 부인은 자신도 대장으로 착각한 듯하다. 이 사건이 워낙 큰 화제가 되어서 그렇지, 우리는 일상에서 이와 유사한 관계정립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른바 ‘윗분들’의, 소위 ‘사모님’을 대하는 공손한 태도는 상대에게 우월감을 갖게 만든다. 반면에 상대적 약자에 대해서는 자신이 대우받기를 기대한다. 씁쓸하지만 ‘인지상정’이 아니라 말하기에는 너무 자연스럽다.

남편의 지위에 편승하여 행하는 권력, 그 생성구조는 얼핏 종부직과 닮아 있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때론 불법적이라는 점에서 종부직으로 부여되는 지위와 그에 따른 권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의 예로 육군대장 부인에게는 어떠한 지위도 부여되지 않았지만, 법으로 정해진 종부직에 따라 부여받은 여성의 지위는 정당하기 때문이다. ‘높으신 분’들의 부인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기를 바란다.

장을연(충남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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