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대전시의회가 시민의 뜻과 시대의 요구를 거스르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야합'한 결과다.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여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마련된 안을 이렇게 싹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

지난 13일 대전시의회의 한 결정을 두고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의당 등 일부 정당들마저 거대 양당의 폭거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걸까? 13일 시의회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의회는 이날 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대전광역시 자치구의회 지역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정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의결했다. 명칭이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이 조례안은 지난 해 12월부터 시민단체 및 전문가 등이 참여 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선출하게 될 대전지역 기초의회 의원들의 정수와 선거구 별 선출 의원의 수를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제출된 조례안에는 선거구획정위원들의 논의와 공청회 등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현행 선거법의 제정 취지인 중선거구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4인 선거구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2인 선거구 중심의 과거 대전시 선거구획정에서 중구, 동구 등 2곳의 선거구에서 4인선거구를 도입하는 것으로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이 같은 조례안은 몇 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날 선거구획정안을 심의한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임시회에 참여했던 시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지역의 선거구를 2인선거구로 만들어버렸다.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한 시의회 행자위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위가 제출한 '4인 선거구 신설안'이 '민의에 따른 의석수 반영 한계', '낮은 투표율에 의한 당선으로 대표성 저하', '선거비용 증가', '선거구역이 넓어져 생활밀착형 의정활동 불가능'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지방분권과 지역자치의 근본 취지를 역행하는 발상이다. 이날 결정으로 시 선거구획정은 지난 2014년과 마찬가지로 4인 선거구 없이 2인 선거구 9곳과 3인 선거구 12곳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날 시의회의 결정은 같은 날 충북도의회의 결정과 상반된다. 충북도의회는 충청북도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기존 2인선거구를 28곳에서 24곳으로 줄이고 3인 선거구를 18곳에서 20곳, 4인 선거구를 1곳에서 2곳으로 늘리는 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선관위가 주관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존중하라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했다.

반면 시의회를 시작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장악하고 있는 전국의 시·도 의회는 4인 선거구를 소폭 늘린 선거구 획정안을 무시하고 2인 선거구로 쪼개기에 돌입했다. 결국 거대 정당인 양당이 장악한 지방의회는 지역 내 다양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번 6·13 지방선거 역시 풀뿌리민주주의와 정치 다양성이 실종된 채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당이 의회를 독점하는 사태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지역 광역의회가 결절하는 자치구선거구획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별도의 독립기구에서 선구구획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시의회의 선거구획정 결과에 대해 ‘기득권의 폭력’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방자치를 후퇴시킨 시의회 의원들은 이번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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