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기준 불명확해 처벌건수 미미
규제 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노련한 전문의의 탁월한 실력”, “산부인과의원 난임센터 확장”, “인공지능 수술”, “진료 협진으로 고령 환자에게도 안전”

길거리나 버스, 택시, 건물 현수막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병원 홍보 문구지만 이 네 가지 사례 모두 허위과장 광고다. 심지어 ‘산부인과 의원 난임센터’ 등은 종합병원 이상에서만 운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급에서 버젓이 운영하고 있어 환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병의원들의 허위과장광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 병의원 허위과장 광고를 단속하고 있는 각 구 보건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병의원 허위과장 광고 민원으로만 매년 100여 건 정도 접수됐다. 특히 대형병원이 몰려 있는 중구는 많게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진정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중구는 현재 진정 민원 외에 두 건이나 사법기관까지 고발돼 진행 중이다.

병의원들의 허위과장 광고는 지난 2015년 의료광고 사전심사제도가 위헌으로 결정 난 후 우후죽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한의료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의료광고 건수가 2015년 기준 2만 2812건이었지만 헌재의 위헌결정 이후 2016년 상반기에 이뤄진 심의는 1466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대다수의 의료광고가 심의를 받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단속기관 입장에서도 사전심의제도 기준을 통해 검열을 해왔지만 2015년 이후 단속하기 애매한 입장이다. 단속을 하거나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도 명확한 판례가 없으면 처분은 물론이고 권고조차 내릴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구 보건소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제도의 위헌 결정 이후, 많은 의료기관들이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를 하고 있다”며 “많은 민원이 들어와서 의료기관을 고발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문구 자체 등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명확한 심의기준 등이 없어 처벌로 이어지는 건수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난처해했다.

이에 따라 무의미해진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의료기관 관계자는 “사전심의 모두를 위헌이라 한 것이 아니고 행정권을 주도하는 사전심의제도와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광고에 대한 처벌에 국한돼 위헌이라 한 것인데 역효과가 나고 있다”며 “여전히 위헌과는 별개로 의료법의 의료광고 금지관련 조항은 유효하므로 이를 위반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불법 의료광고 규제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광고의 규제가 강화돼 불법·과장 광고가 줄어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민간자율심의기구에서 의료광고 사전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의료광고 사전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의료광고가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불법 의료광고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위반행위의 중지, 정정광고 명령 등 필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 자율심의제도를 마련하고 불법의료광고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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