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해로 6년 차가 되는 벧엘의집 울안공동체 마당극단인 보석같은 남자들의 단원들과 연기지도를 하는 이상호 선생님과 함께 올해는 꼭 해외공연을(최소한 제주공연이라도) 해 보자며 각오를 다지는 출정식과 더불어 개강식을 가졌다. 지금까지 보석같은 남자들의 호박꽃 공연은(풍물공연 포함) 모두 일곱 차례나 가졌다. 처음 마당극단을 창단하고 첫 공연을 할 때만 하더라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자고 고집을 부려가며 계속해 왔는데 정말로 6년을 이어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지난해 공연을 준비하면서 마음 한 켠에는 그동안 고집도 부릴 만큼 부렸으니 모두가 안 된다고 하면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마지막 공연이었던 대전충남세종 종교인평화회의 초청공연이 끝나고 나서 극단 우금치 류기형 예술총감독님이 조금만 더 다듬으면 충분히 유료공연을 해도 될 만하다며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연습해서 완성된 호박꽃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아닌가? 류기형 감독의 그 말은 잠시나마 그만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나의 나약함을 깨우치는 죽비와 같은 일성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단원들에게 올해는 초청공연까지 해봤으니 내년에는 해외공연을 해 보자는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잠시 들뜬 나머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단원들에게 해외공연을 약속했으니 어떻게든 올해는 해외공연을 성사시켜야 한다. 정 안 되면 제주 공연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개강식 인사말에서 단원들에게 잠시나마 그만둘 생각을 했던 나의 나약함을 스스로 반성하면서 최근 유트브 동영상에서 보았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이야기로 올해도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자고 했다.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시합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비록 걸음걸이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목표점을 향해 달려갔던 거북이가 시합에서 이긴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연히 유트브에서 토끼와 거북이 경주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결과는 책에 있는 내용과 같지만 과정은 좀 색달랐다. 책에서는 토끼가 한참을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땀을 뻘뻘 흘리며 느릿느릿 오고 있는 거북이를 보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시원한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자다가 시합에서 진다는 내용인데 유트브 동영상은 토끼와 거북이를 동시에 출발선에 세워놓으면 거북이는 비록 느리지만 골인지점이 있는 앞으로만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반면 토끼는 골인지점과 무관하게 전후좌우로 폴짝폴짝 뛰어다니기만 한다. 다시 출발선에 데려다 놓아도 다시 이리저리 뛰기만 할 뿐 앞의 목표점을 향해 가지는 않는다. 그 결과 책에 있는 내용과 같이 거북이가 먼저 골인지점에 도착한다.

“… 여러분 우리는 토끼처럼 잘 할 수 있는 재능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북이처럼 우리가 세운 목표를 향해 비록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갈 수는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난 5년을 그렇게 달려왔고 올해도 우리는 그렇게 갈 것입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1년 만에 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5년에 걸쳐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재능이 아니라 우리가 세운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비록 걸음은 느리지만 오직 앞을 향해서만 걸음을 옮겼던 거북이가 경주에서 이기듯이 우리도 앞만 보고 간다면 끝내 우리가 꾸는 꿈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올 한해도 거북이처럼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해 달려갑시다.”

이제 보석같은 남자들이 도달할 골인지점이 멀지 않았다. 굼벵이가 화려한 나비로 우화하기 위해 긴 시간 땅속에서 살아내야 했던 것처럼 보석같은 남자들의 화려한 날개 짓을 위해 매 순간 위태위태했지만 잘 버텨왔다. 어쩌면 5년이란 세월은 보석같은 남자들의 화려한 우화를 준비한 시간은 아니었을까? 올해는 반드시 보석같은 남자들이 번데기의 껍질을 벗고 화려한 나비로 우화하는 해가 되길 기도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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