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주나’에서 ‘배워서 남주자’로
교육기부 배움 앞 모두 평등 가치 실현

‘배워서 남주냐’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고, 출세하라는 당부의 채찍이었다. 부모와 교사 모두 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이렇게 독려했다.

시대는 변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대학과 각종 스펙이 중요한 수단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 노력하던 ‘배워서 남주냐’가 이제는 ‘배워서 남주자’로 변화되고 있다. 배운 것들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삶이 가치 있다는 공유 의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거다. 이같은 지식 나눔 문화 활동이 이어지면서 탄생한 것이 ‘교육기부’다. 교육기부(Donation for Education)는 교육을 위해 대가없이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 개인 등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유·초·중등 교육활동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교육분야의 나눔 운동이다.

교육기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업이나 대학,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시설이나 프로그램, 장비·콘텐츠(악기, 기자재, 차량), 개인 재능기부(강연, 멘토링, 지식봉사활동) 등의 사회 자원과 교과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토요프로그램 등 유·초·중등 교육활동이 대표적이다.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꿈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교육기부를 통해 채우고 있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인 사교육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 뿐 아니라 학교·지역사회 등의 협력과 관심이 요구된다.

교육기부는 배움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데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모범 지역이 대전이고, 대전시교육청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교육기부자와 기업과 기관, 개인을 연계해 줌으로써 기부자에게는 경험을 나누는 기쁨을,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우는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교육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도록 중개하고 있다.

지난해 시교육청은 많은 기업과 기관, 개인을 연계해 교육기부를 실천했다. 관내 저소득층 초·중·고교생 및 가족들을 한화이글스와 연계해 경기를 볼 수 있게 지원했고, 삼성화재 블루팡스배구단과 연계해 입장료와 수송차량 지원을 받았다. 구단에서 차량과 입장권을 받은 학생들 중 학교스포츠클럽 댄스동아리가 구장에서 공연를 하는 기회까지 가졌다.

관내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약재에 대한 탐사와 강연, 한의과학 프로그램 등을 체험할 수 있게 도왔다. 이밖에 많은 기부자들이 각종 강연, 공연, 체험활동 등 재능 나눔 활동에 나서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기부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갖고 있는 재능과 지식 등을 나누고, 배움이 필요한 곳에 나누는 것으로 이를 통해 나누는 기부자와 배우는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교육기부 활동을 전개해 도움이 필요한 곳과 연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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