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재단, 공기 중 미량 화학성분 분석 통해 규명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여름 장마철 수분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역학적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28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경북대 박선영 교수 연구팀은 대기 중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할로겐화합물의 농도변화를 분석한 결과, 4000㎞ 거리의 남반구 공기가 동북아시아로 빠르게 이동해 장마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16일 자 논문으로 게재됐다.
동북아시아 여름 몬순(여름과 겨울에 풍향이 거의 정반대가 되는 바람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불 때 현상) 기간엔 연강수량의 50% 가량 비가 내려 지역경제와 사회·문화에 영향을 준다.
장마의 변동성 이해와 예측을 위해선 장마 기간의 공기와 수분의 이동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기존 연구 모델들은 장마 기간 수분의 기원을 북태평양, 북인도양, 혹은 동중국해에 국한해 논의했지만 각 해석들이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계속됐다.
반면 이번 연구에선 남반구 적도 지역의 환경이 우리 장마 현상과 변동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제주도의 온실기체 관측센터에서 6년간 실시간 관측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할로겐화합물 중 수불화탄소류(HFCs)의 농도는 매년 장마기간에만 남반구 적도지역 만큼 급격히 낮아졌다.
수불화탄소는 북반구 산업지역에서 집중 배출되며 남·북반구 간 농도가 극명하게 차이나는 물질이다.
장마철 1~2일만의 급격한 농도변화는 대규모의 공기가 위도를 가로질러 빠르게 이동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동북아시아 여름철 공기 흐름을 역추적한 후 유사한 유형의 공기그룹을 분류했다.
그 결과 남반구 적도 기원의 공기가 해양성 공기의 40%를 이루고 있음을 제시했다.
또 남반구 적도 기원의 공기가 동북아시아를 장악하는 동안 전체 장마 강수량의 50% 이상의 비가 온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 교수는 “화학 추적자의 활용과 함께 직접적인 수분 추적자인 강수 내 산소동위원소를 분석하고 대기 중 수분 이동과 분포를 입자확산모델로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