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법적인 특혜라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작은 리스크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바다와 태양을 담은 나만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던 안면도관광지 3지구개발사업이 무산되자 협상 당사자인 충남도와 롯데컨소시엄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말이 무성하다. 1990년대 초반 관광지 지정에 이어 조성계획이 승인되고 2006년 우선협상대상자(인터퍼시픽컨소시엄)가 선정됐으나 2015년 역시 지위를 상실했다. 30년 가까이 지역 최대현안이자 주민숙원인 사업이 또 어그러졌으니 면피가 필요한 것이다.

2016년 5월말 롯데컨소시엄을 안면도관광지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채 2년이 안 된 28일 자격취소를 통보한 도의 홍보전략은 ‘피해자 코스프레’인 듯하다. 조한영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롯데 측에서 지구 내 녹지부분 기부채납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업법인(SPC) 설립 전제조건으로 전체 토지에 대한 매입가격을 최대 241억 원으로 제시했다. 도가 이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이 두 가지 요구는 탈법적인 특혜라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본계약 일정을 8개월 더 연장해 오늘(28일)까지 본계약을 맺는 변경MOU를 체결하는 등 1년 8개월의 시간을 줬고 최근까지 진행된 실무협의에서 롯데 측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코자 노력했다”면서 “롯데는 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하소연에 가까운 도의 설명에 롯데 측은 섭섭함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사전 법률검토를 거쳐 사업 협상에 임해왔는데 ‘탈법’, ‘특혜’ 운운하는 건 지나치다는 얘기다. 롯데 측 한 관계자는 금강일보와 전화통화에서 “기부채납이 과도하다는 것과 토지비 등 두 가지 문제가 양측의 최대쟁점이었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도 역시 협상과정에서 기부채납이 과도하다고 인정한 부분도 있어 지속적인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래서 본계약 일정을 추가로 연장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체토지 매입가격으로 제시한 241억 원과 관련해 “사업공모 당시인 2016년 공시지가의 150%로 산정한 것인데 도는 200~250%를 예상한 것 같다”며 “우리 입장에선 사업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외국인투자유치가 안 된 것도 아닌데 도가 일방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를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희정 전 지사의 불명예 사퇴를 염두에 둔 듯 “협상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문제를 풀 수도 있는데 도가 작은 리스크조차 부담스러워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부연했다.

도는 그간 롯데와의 본계약 체결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에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다 이날 오후 2시 전격 브리핑에 나섰다. 브리핑은 불과 3시간 전에 공지됐다. 앞서 도 문화체육관광국은 출입기자들과 점심간담회를 했다. 가장 많이 오간 얘기는 “롯데가 나쁘다”는 것이었다. 도가 스스로 이번 사업의 피해자로 프레임을 짰다고 해도 양측의 말을 종합하면 도는 결국 도지사 부재를 고려한 면피행정을 했거나 무능함을 감추는데 급급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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