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값 ㎏당 140→60원 반토막
공급과잉에 폐지수집노인 울상

▲ 지난 27일 대전 유성구의 주택단지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

“하루 종일 줍고 다녀도 한 끼 밥값도 안 나와.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지난 28일 대전 유성구의 한 주택단지 인근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윤 모(80) 할머니는 최근 급격히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한 숨을 내쉬었다. 윤 할머니는 10년 째 길거리 폐지를 주워다 고물상에 팔아 얻은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폐지가격이 반 토막 수준으로 폭락하자 생계 유지가 막막해졌다고 하소연했다. 할머니는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당 140원이었던 폐지가 지금은 60원까지 떨어졌다”며 “벌이가 안 되니 그만둔 노인들이 부지기수”라며 한숨을 깊이 내 쉬고는 다시 폐지를 가득 안은 사각대차(핸드카트)를 힘겹게 끌었다.

윤 할머니 같은 폐지 줍는 노인들은 요즘 폐지값 폭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폐지 줍는 노인은 905명이고 이 중 65세 이상은 893명으로 대부분 기초수급대상이거나 차상위계층인 노인들이다. 최근에는 일자리 부족으로 비교적 젊은 층까지 폐지수집에 나서고 있어 체력적으로 열세인 노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폐지값 폭락의 원인은 중국발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에 기인한다. 중국이 자국 내로 수입해오던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판로가 막힌 유럽과 미국의 폐지가 국내로 유입,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폐지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재활용가능자원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폐골판지와 폐신문지 수입량은 2만 8859톤과 8만 33톤으로 전월 대비 각각 10.17%와 26.38% 증가했다.

폐지를 모아 압축장에 넘기는 고물상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노인들이 주워온 폐지를 ㎏당 60원에 받고 이를 다시 70원에 압축장으로 넘기는 구조인데 최근 제지공장에 물량이 쌓이면서 압축장 역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유성구 한 고물상의 사례를 보면 이렇다. 고물상 한 켠에 폐지가 가득 쌓여 있다. 이 고물상은 하루 평균 10여 명의 폐지 줍는 노인을 통해 파지를 수거한다. 이들이 모아온 폐지는 고물상을 거쳐 대전지역 6∼7곳의 압축장으로 보내지고 압축장에서 압축된 폐지는 제지회사로 넘겨진다. 그런데 최근 제지회사에 폐지물량이 쏟아지면서 압축장은 고물상으로부터 기존에 받던 물량의 10~20%를 감축해 폐지를 걷어가고 있다. 폐지수집상이나 고물상 모두에겐 시련의 시기일 수밖에 없다. 고물상 사장 이모(60) 씨는 “노인들이 힘들게 모아온 폐지를 60원에 받아서 70원에 넘긴다. 10원도 안 남는 마진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넘긴다”며 “그나마도 물량을 받아주질 않으니 힘은 배로 든다”고 푸념했다.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의 필요 목소리가 예전부터 커져왔지만 실질적인 지원 혜택은 없다. 그나마 시가 지난해 7월, ‘대전시 재활용가능자원 개인 수집인 지원 조례’를 제정했지만 야간에 수집하는 노인들의 안전을 위한 야광조끼나 반사경을 제공하는 근거를 마련하는데 그쳤다. 실질적인 지원 등에 대해 이들이 폐지를 수집하는 만큼 이중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사진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