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화초 박정은 교사

올해도 특별학급을 맡게 되면서 한국어 지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학급에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아주 능숙한 학생도 있는 반면에 기역, 니은부터 시작하는 학생도 있다. 2년차 특별학급 교사로서 그동안 한국어, 그 중에서도 한글을 지도하면서 생긴 노하우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엄마들이 한글을 지도하기 전 맘 카페에 꼭 물어보는 것이 있다.
“한글을 언제 가르치면 좋을까요?”
그러면 댓글이 달리는데,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일 때라는 의견이 많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드물게 서너 살에 혼자 책을 보면서 한글을 익혔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무작정 빨리 익히게 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간판에 적힌 글자에 관심을 보인다든지, 그림책의 제목을 알려달라고 한다든지 글자를 궁금해 하기 시작하면 그때가 적기이다. 다만, 한글을 배우기 전에 발음이 제대로 완성돼 있어야 한다. 우리 반 A 학생은 베트남에서 살다 왔는데, 한국어 발음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글자를 정확하게 쓰는 것을 어려워했다. 발음 교정을 한 이후에는 글자를 훨씬 정확하게 쓴다.

발음이 완성됐다는 전제하에 이제 한글 지도를 시작해보자. 한글을 가르칠 때 통문자로 가르치는 방법과 모음과 자음의 조합으로 가르치는 방법이 있다. 어린 아이들이 그림과 글자가 적혀 있는 카드를 보면서 글자를 익힌 것은 통문자로 외운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나무’는 알아도 ‘무지개’는 모른다. 우리 반 B 학생이 이런 케이스인데, 글자를 그림처럼 외워서 쓰다 보니 같은 ‘무’이지만 ‘나무’는 쓸 수 있어도 ‘무지개’는 쓰지 못한다. 이 학생에게는 모음과 자음의 조합으로 다시 가르쳤다. 나는 모음과 자음의 조합으로 가르치는 편이 아이들이 한글을 훨씬 쉽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또 고민이 생긴다. 모음부터 가르쳐야 할까, 자음부터 가르쳐야 할까. 내 생각에는 모음부터 가르치는 게 맞다. 자음은 그 자체만으로는 음절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모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모음부터 가르치는 게 한글을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를 가르친 다음, 자음을 하나씩 추가해 가르친다. 모음은 가수 조권이 부른 ‘원숭이송’을 부르며 익히는 것도 재미있다. 원숭이송을 아이들에게 틀어줬더니 매우 재미있어하면서 따라 불렀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모음을 배울 수 있다.

한글을 익히면서 쉬운 단어로 쓰인 동시나 이야기책을 함께 읽었다. 낱말 카드를 만들어 놀이도 하고 받아쓰기도 하면서 한글 실력을 늘려나갔다. 받침을 틀리는 일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한글을 익히고 나면 학교 생활이 훨씬 즐거워진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고 원하는 그림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아이에 따라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를 수는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고 즐겁게 한글을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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