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3월 5주차 브리핑>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왼쪽)과 당 중진들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 및 지방선거 역할에 대한 발표를 하는 도중 나 의원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일베 폐지 반대" 나경원, 일베 여신으로 등극하다

- 나경원 의원을 수식하는 말들은 화려하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의 엘리트, 사학재벌 집안의 맏딸, 현직 부장판사의 아내, 여기에 본인 스스로가 일궈낸 4선 국회의원의 중량감까지. 국내 여성 정치인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유력 정치인인 그녀지만, 사실 그녀에겐 그리 달갑지 않는 별명들이 많다. 국민여동생에 빗댄 국민썅X이라는 뜻의 ‘국썅’, 일본 자위대 기념식에 참석하며 얻게 된 ‘자위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낙선의 빌미가 된 ‘1억 피부과’ 등등이 그렇다. 여기에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추가될 모양이다. 바로 ‘일베 여신’이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엄호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올린 ‘표현의 자유 후퇴시키는 일베 폐쇄 추진을 우려한다’ 제하의 글에서 “‘일베 폐쇄’를 요구하는 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지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폐쇄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베 폐쇄 추진은 표현의 자유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행위이자,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 공간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권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봉쇄됐다고 그토록 비난하는 보수정권 시절에도 소위 보수와 친하지 않거나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특정 사이트를 폐쇄하려는 시도는 없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키고, 정권이 바뀌면 적폐로 청산될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앞서 청와대는 23일 20만 이상이 국민청원한 ‘일베 폐지’에 대한 답변에서 “일베의 불법정보 게시글 비중이 사이트 폐쇄 기준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될 거 같다”며 “방통위는 웹사이트 전체 게시물 중 불법정보가 70%에 달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해당 사이트의 제작 의도라든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사이트 폐쇄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해 일베 폐쇄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둔 바 있다.

- 일베가 이처럼 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 언급되는 이유는 사이트 전반의 게시물이 여성,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거나 특정 인물 및 특정 지역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와 조롱, 가족의 나체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강간을 모의하는 등 반사회적이고 패륜적인 글들이 자주 게시되고, 그러한 글들이 비난받기는커녕 사이트 내에서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받으며 확대 재생산하는 특성 때문이다. 즉, 표현의 자유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반사회적이고 불건전하며, 청소년의 올바른 정서 형성에도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 한편, 나 의원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먼저 폐쇄 대상으로 지목된 일베에선 나 의원을 ‘여신’으로 추앙하는 분위기다. 나 의원의 발언이 나온 27일 이후 일베에는 나 의원의 사진과 함께 ‘나경원 의원의 위엄 - 아직도 소녀 같음’, ‘나경원 클라스 - 한국의 소피 마르소’, ‘나경원 미모 지린다 – 클라스 남달랐다 이기야’, ‘일베여신 나경원 – 사랑해요 경원찡’ 등등 나 의원에 대한 칭찬 글이 잇따랐다. 심지어 ‘국회의원 300명 중 일베 두둔자 아무도 없다. 1명 밖에’라며 벅찬 감동을 표현하는 글도 있었다.

- 반면 일반 커뮤니티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오늘의 유머, 루리웹, MLB파크 등에는 “경원이 일베하니~? (Tifa Lockhart)”, “거기 여성혐오 쩌는데 어떻게 여성의원이 거길... (BetaMaxx)”, “(정치적으로) 기댈데 없으니 일베라도 기대려는거지 뭐. (POCKY™)”, “자신의 정체성이 저기에 있기 때문이지 뭐긴 뭐임 (그로이져X)”, “표창원 때 국회에 전시된 그림 가지고 발광하던 것들이 표현의 자유? (악의 축)”, “원조 어그로꾼 실력보소 ㅋㅋㅋㅋ (알못)”, “친 여동생 팬티 킁가킁가 하는 인증샷도 올라오는 개 쓰레기 같은 곳을 옹호해? (silfer)”, “꼭 지들이 불리할때만 표현의자유 찾더라 (萃香)”, “독일 가서 네오나치도 표현의 자유라고 말해봐 (마일리야캐요)” 등등 비판의 글들이 넘쳐났다.

-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나 의원 본인의 과거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2008년 여의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타인 권익이 침해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는 없다”며 “온라인상에서는 명예훼손과 불법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 자유가 아니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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