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날 충돌' 이스라엘군, 가자 시위대 유혈진압…16명 사망·1천400명 부상

이스라엘군이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이-팔 충돌 과정에서 4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격화 양상을 보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영국 BBC와 AFP·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쿠웨이트 요청으로 이날 오후 가자지구 위기 상황에 대한 비공개 회담을 개최한다고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이 밝혔다.

팔레스타인 주민 다수가 '땅의 날'(Land Day)을 맞아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자 이스라엘군이 강경 진압으로 맞서면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1천416명이 다친 데 따른 것이다.

사상자는 2014년 7~8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50일 전쟁' 이후로 최대 규모다.

'땅의 날'은 1976년 3월 30일 이스라엘의 영토 몰수에 항의하던 팔레스타인인 6명이 이스라엘군의 강제 진압으로 숨진 사건을 기리는 날이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유엔 안보리에 "팔레스타인인 보호"를 촉구했다.

아바스 수반은 "많은 사람이 참여한 평화적 시위에서 이처럼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긴급히 개입해 우리 팔레스타인을 보호해줘야 한다"며 "오늘 살해당한 순교자들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스라엘 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 관계자는 실탄 발사로 인한 부상자가 최소 400명이며 사망자 중에는 16세 소년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이 탱크와 저격수를 배치했으며 드론으로 최루가스를 살포했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의 강경 진압으로 다친 남성을 옮기는 팔레스타인 시위 참가자들[AP=연합뉴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시위대가 군사폐쇄지역을 침범했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보안장벽 인근 5개 장소에 1만7천 명이 집결했으며 폭동이 일어난 와중에 보안장벽 쪽으로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주요 주동자'를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IDF 대변인도 가자지구 측 사망자들은 모두 보안장벽을 넘거나 훼손하려 한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정해진 장소에 있었으나 일부 청년이 보안장벽에서 떨어져 있으라는 시위 주최 측의 주의를 무시하고 보안장벽에 다가갔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BBC 방송은 그러나 청년들이 보안장벽 인근에서 시위한 것은 여러 차례 있던 일로,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과잉 반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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