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 뒤늦은 반성문
‘적폐 뿜는 박뿜계’의 자충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대전시당 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의 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대전시당 위원장이 ‘적폐를 뿜어대는 박뿜계’가 되고 있다. 집권여당의 적폐청산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는 그가 스스로 ‘적폐위원장’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6·13 지방선거 정국에 대전시교육감 선거 개입 논란을 야기하고, 당내 공천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언행과 제멋대로 심사 등의 행태로 당내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마당에 삐뚤어진 언론관과 국회의원의 특권의식을 드러낸 ‘갑질’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3월 30일자 1면 등 보도 - 민주당서 4년 전 새누리당의 향기가?>

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지역 언론계에서 ‘기득권’을 주장하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만 선별해 ‘비밀’ 간담회를 갖다가 전국적인 망신살을 샀다. 1차 만찬 후 2차로 간 식당에서 술과 안주를 먹고는 닷새 후(4월 3일) 돈을 주겠다며 ‘무전취식(無錢取食)’을 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어이없는 일을 당한 식당 주인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나라에서 지도자 하고 싶어 하는 놈들이 더 지랄이네. 대한민국 상류층의 현주소다. 자기들은 명함으로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내가 정치꾼들을 어찌 믿나”라며 박 위원장의 갑질을 개탄하는 글을 올려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민주당 대전시당은 다음날 해명 자료를 내고 “시당 사무처장·대변인 주관으로 대전 7개 언론사 정치부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 정국 관련 민심과 여론, 지방분권 시대 미디어의 역할과 진로 등 현안을 논의했다. 박 위원장도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에 따른 ‘정당의 대표자가 개최하는 정당의 정책 개발을 위한 간담회·토론회’이며 ‘정당의 경비로 식사류의 음식물 제공이 가능하다’라는 조항에 따라 만찬을 겸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간담회 이후 호프집 미팅을 이어 열었고, 모임 종료 후 사무처장이 비용을 계산하려다 신용카드 사용이 안 돼 불가피하게 외상을 하게 됐다”라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간담회 종료 전 열차 시각 때문에 먼저 자리를 떠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박 위원장을 ‘보호’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 역시 ‘거짓말’이란 의심을 사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14조에 규정된 기부행위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는 “2차 비용은 참석한 기자들에게 돈을 걷어 다음날 식당에 줬다고 하니 넘어간다 하더라도 1차 만찬 비용이 문제다. 민주당에선 ‘정책간담회’였다고 주장하는데, 불특정 다수의 기자들에게 공지를 한 것이 아니고 특정 언론사 기자들만 개인적으로 불러 만찬을 한 것이어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확산되자 박 위원장은 이틀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비판을 달게 받겠다. 지역 언론인들과의 소통 차원에서 시당에서 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시당 위원장인 제 책임이다. 시당 당직자가 ‘외상’ 운운하며 명함을 내밀건 매우 적절하지 않은 처사였다”라며 “일부에서 저에 대해 ‘예전과 다르다’, ‘기득권화돼 간다’, ‘오만해졌다’라는 하는데, 제 얼굴이 알려져 여러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응원과 격려를 해주시는 것에 고무되고, 우쭐했던 게 사실이고 반성할 일”이라며 “수석대변인 등을 맡아 중앙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해 지역 언론인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일부 언론사들과만 소통하는 시당 위원장임을 자인했고, 당직자에게 잘못을 덮어씌운 해명 자료를 발표한 후 여론이 악화되자 반성문을 쓰는 모양새를 띠며, 최근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뒷북치기’ 행동을 또다시 반복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례적으로 중앙당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관위에 박 당위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 선관위의 판단이 주목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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