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체계확립 등 제도적 보완 선행돼야
지역대형병원 의료수준 떨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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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에 걸리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말만큼 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방증하는 말이 또 있을까. 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분명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그 현상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통계로 본 암 현황’에 따르면 지방거주 암환자와 암 관련 인프라의 서울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국가 암 관리 사업의 지역단위 암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암센터 지정 사업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지방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종합형 지역암센터가 9개 지정됐고 2011년 사립대병원을 대상으로 기능형 지역암센터 3개가 추가 지정돼 지난해에는 12개 암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암환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는 등의 지역 자체 충족률은 서울을 제외하고 지역별로 비율이 각각 다르다. 대전의 경우 2016년 79.5%로 상위권을 기록했으나 자체 충족률이 가장 높은 곳인 대구(89.6%)와 10.1%p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는 32.2%로 가장 낮았고 충청남도는 세종을 포함해 39.7%에 그쳤다. 충청북도는 51.4%였다.

암이 아닌 다른 질병을 포함해도 이 현상은 마찬가지다. 지역별 보건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2011~2016년 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은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입원 진료를 받은 자체충족률이 86.8%로 집계됐다. 세종은 12.9%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많은 대형병원들의 실력과 기술이 정말 수도권 대형병원의 그것에 비해 부족할까? 현재 지역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들과 지역의 수많은 환자들이 경험을 통해 이 물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의료정보의 평등화 등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개선사항 역시 지역에서 손꼽는 대형병원들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비해 실력이나 의료수준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한다.

지역 병원 등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 암센터 등 다양한 지원이 뒷받침되는 상황 속에서 전국적인 의료수준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이제 지역에서 대부분의 질환을 해결해도 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환자들이 최우선하는 병원의 신뢰 문제도 수도권 대형병원과는 달리 지역에서는 의사와의 충분한 대화 등을 통해 쌓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대병원 이정은 호흡기 내과 교수는 “중증 질환 대부분은 심적 스트레스가 무척 큰데 의사와 환자가 충분한 대화를 하면서 신뢰를 쌓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서울이나 우리지역과 다른 지방병원으로 가서 외래진료를 받는 것도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면 이러한 대화, 신뢰감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진료를 받고 난 후에도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받고 오기 일쑤인데 우리 지역 병원에선 의사와 충분한 상의할 수 있다. 대부분 질환은 지역 병원에서 더 좋은 서비스로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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