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준 상향평준화, 지역 차원의 캠페인 이뤄져야”

대전도 빅5 병원이 있다.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병원을 대표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금강일보는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대전선병원을 지역을 대표하는 병원 5개를 선정하고 각 병원에서 추천을 받은 전문의의 생각을 들어봤다. 5개 병원에서 추천한 의사들은 진료 분야가 겹치지 않지만 환자 수도권 쏠림현상에 대해 “의료수준은 이미 상향평준화 돼 있기 때문에 접근성과 편익성 등 치료를 위해선 지역병원이 훨씬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충남대병원 이정은 호흡기내과 교수
“소위 빅5라고 말하는 병원이 선점하고 있는 ‘임상시험’에 대한 과도한 믿음도 한 가지 원인”

이정은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편중 현상에 대한 문제를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임상시험 정보의 평준화’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항암관련 임상시험 자체가 수도권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정보자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들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보의 폐쇄는 지방 환자들의 항암 신약들에 대한 접근도 폐쇄로 갈 수밖에 없다”며 국립암센터를 통해 임상시험 정보를 공유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국립암센터’를 통해 임상시험 정보의 공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가 지역암센터 등을 통해 공유될 수 있다면 적어도 적절한 표적을 갖고 있는지 스크리닝 정도는 받을 수 있어서다.

이 교수는 “임상시험을 통해 모든 환자들이 이득을 얻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균등하게 제공해 지역 암환자들의 치료의 선택권을 확장시킨다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충분히 적절한 암에 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뢰와 편안함도 강조했다. 의료진이 환자와의 신뢰를 쌓아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결국 환자는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아보고 내려오시는 분들은 대개 서울이나 대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서울은 3주 스케줄 항암이면 3주에 한 번 의사를 볼 수 있는데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계시면 지속적으로 병원에서 항암 결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장점을 부각했다. 이어 “실제 서울에서 치료받고 오신 환자의 말씀을 들으면 서울에선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 못하셨다고 했다.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까지 그는 “어느 날 환자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치료를 받고 나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신다는 환자 말에 무척 동의했다”며 “똑같이 환자분들에게 기적이 일어났으면 했다. 환자분들이 병원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될 수 있는 의사를 만나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건양대병원 이상억 외과 교수
“병원 시설이 아니라 의료진의 수준과 다른 여건 등을 판단해야… 암 생존율 비슷하기 때문”

건양대병원 이상억 외과 교수는 “가족 중 누구 하나 암에 걸려도 건양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교수는 “암 치료는 상향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사실 대전에 있는 대학병원들은 서울에 있는 병원들과 똑같은 시설이라고 보면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수준이다. 서울에서 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이라던가 최근 로봇수술 등도 그대로 다 하고 있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암 평균 생존율’를 제시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생존 결과인데 서울이나 우리 같은 지방병원의 생존결과 데이터는 차이가 없다”며 “암을 진단받고 몇 개월 기다려서 서울에서 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할 수 있으면 좋고,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할 수 있고 위암의 경우 식사를 해서 배가 아픈지, 다른 통증이 있는지 관리를 해야 하는데 수술받은 의사가 가까이 있다면, 쉽게 상의할 수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특히 이 교수는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술은 합병증 발생율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수술하고 사망하는 환자는 0.5%정도 되는데 상처나 폐렴, 여러 가지 잡다한 합병증을 다 합치면 15% 정도 된다”며 “이런 데이터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다 똑같기 때문에 굳이 서울로 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방병원들은 환자들에게 가족적으로 더 집중할 수 있다”며 “고령의 환자는 고혈압이 있는지 없는지 사소한 것들부터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조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양대병원은 최근 ‘왓슨’을 도입해 수술 전과 수술 후 치료를 다각적으로 진료, 치료하고 외과, 내과, 혈액종양내과 등 모든 과 전문의가 모여 환자 한 명에 대해 진료하는 다각제 진료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무엇보다 중요한 협진이 잘되는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며 “암은 이제 죽는 병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완치율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조기 검진을 해서 발견이 되면 빨리 가까운 병원에서 상의를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을지대병원 김길동 흉부심장혈관외과 교수
“암은 조기발견이 중요… 만성 질환화 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신뢰하는 의사를 선택해야”

을지대병원 김길동 흉부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암 질환은 ‘장기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암이나 중증질환일수록 단방에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장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가족이 가까이 있는 병원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에서는 의료수입 등을 생각해서 오래 입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보다는 지역이 병실의 여유도 있고, 편의성 등에선 훨씬 유리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그는 “암은 이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만성질환화 되고 있기 때문에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생존율이 중요하다”며 “과거 수술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라면 서울에서 이름 난 의사를 찾아가서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암세포는 미세전이를 잡아야 완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자신의 명성을 듣고 서울에서 내려온 환자들에게도 이런 점을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그는 “과거와 달리 의료계가 몇몇 의사들에게 지배당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술 자체가 표준화됐기 때문에 서울을 넘어 미국에 가나 한국에 있으나 기본적인 레벨은 크게 차이가 없다”며 “서울이 무조건 좋겠지라고 판단하고 다녀오신 분들이 후회하시는 것을 굉장히 많이 봤다. 암의 경우 수술 후 5년을 관찰하고 완치판정을 하는데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이 과정을 다 할 수 있지 않나. 경제적인 측면이나 환자의 편익성이나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암 치료술이 발달했다곤 하지만 아직 정복된 것이 아니다”라며 “치료 성적이 좋아진 것은 의료약이나 의료술기 수술 방법이라든지 개발이 돼서 그런 것도 물론 있지만 주요 원인은 조기발견이다. 암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신 질환이냐 국소질환이냐에 대해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역시 김 교수는 “전신질환으로 판단되면 항암제밖에 없는데 항암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접근성와 환자의 편의, 신뢰다”라며 “항암 치료 등은 지역에서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많아진 로봇수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교수는 “로봇수술의 장점은 카메라를 넣고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목에 있는 임파선을 긁어내야 하는 등의 시야확보가 어려운 수술일수록 로봇수술이 더 낫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판단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조대현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병원 차원을 넘어 지자체에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할 수 있는 캠페인 진행해야”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조대현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수도권 대형병원 편중화 현상은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수준이나 기술은 수도권 병원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하에 병원 차원을 넘어 지자체 등에서 캠페인을 진행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의사의 실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 대형병원이라는 건물을 보고 환자들이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며 “제 이력만 봐도 국립의료원, 중앙대병원, 서울대병원 등에 다 있었는데 서울에 있을 때와 대전에 있는 현재 느끼는 바가 너무 다르다. 굳이 맹장염 수술하러 대학병원을 가는 그 풍토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큰 병원을 가면 더 잘 볼 것이라는 기대감 같은 것이 만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나한테는 만성통증환자들이 많다. 말 그대로 만성통증환자인데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로 갔던 환자가 다시 내려와서 나를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력의 평준화가 이뤄진 현재 수도권 환자 유출을 막는 방법으로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사가 개개인적으로 설명해서 될 일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식 전환 캠페인이 필요한 것 같다”라며 “통증학회에서 학회장을 하고 있어 홍보매체 등을 많이 만나긴 했지만 지자체 차원의 캠페인은 환자 유출을 막아 지자체의 자립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캠페인’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이프 수술도 직접할 정도로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김 교수는 ”지난 14일 와이프 수술을 직접 했는데, 누구한테 맡기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것이 마음이 놓였다“며 ”내 가족을 직접 수술할 정도면 실력에 자신있는 것 아닌가. 환자들도 이런 부분을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전선병원 최석철 산부인과 박사
“보호자와 환자도 정확한 정보를 가리고 옳은 판단으로 병원 선택이 아닌 그 분야 전문가를 찾아야”

“충분히 지역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습니다. 의사들의 자존심 때문에 지역의 환자가 큰 병이 나면 무조건 서울로 향하게 되는 거죠.”

대전선병원 최석철산부인과 박사는 지역병원의 한계성을 ‘의료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전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서울 못지않은 의료진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가령 한 의사가 전공분야가 아니거나 의료장비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서울의 큰 병원을 추천하는 식이다. 같은 지역의 병원에 추천해 병을 완치하면 해당 병원은 명의(名醫)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는 거다. 결국 이는 수익으로 이어지는 문제여서 환자를 같은 지역에 뺏기느니 차라리 서울로 보내겠다는 마음이 작용한 거다. 서울로 가서 병을 완치하면 괜찮지만 치료하지 못했을 경우 결국 환자는 포기해버린다는 문제까지 이어진다.

의사 스스로가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부족도 지역 병원에선 갖춰야 하는 문제로 지적했다. 수술의 경우 운동과도 같아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의사가 수술을 집도할 때 녹화를 하고 수술이 끝나면 수술 장면을 보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를 느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골프를 할 때 자신의 스윙을 녹화해 문제점을 찾는다. 수술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녹화된 화면을 보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자아성찰도 중요하지만 환자나 보호자의 옳은 판단도 필요하다. 서울의 좋은 병원을 찾기 위해선 교수진의 약력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병이 걸린 상태에선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 특히 인터넷엔 잘못된 정보도 많아 병에 맞는 최적의 의료진을 찾는 환자나 보호자의 의지도 필요하다.

최 박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짜 정보가 너무도 많다. 이를 가리는 게 힘들다는 것도 안다. 특히나 몸이 아픈 상태에선 더욱 어렵다”며 “그러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의료진을 찾아내는 것도 결국 환자와 보호자에게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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