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영 지사권한대행, 30년 프로공무원 덕치로 도정 수습

▲ 남궁영 충남도지사권한대행. 충남도 제공

“소변 볼 시간도 없다.” 지난 한 달간의 소회를 말해달라니 돌아온 답이다. 한 마디 더 붙인다는 게 “수암산이 저렇게 좋은데…”다. 3일 결재와 보고로 대기 중인 여러 명의 간부들을 물리치고 들어가 5분여 주고받은 말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짧은 시간에도 그는 닦달하지 않고, 조바심내지 않고, 조목조목, 말을 짚었다. 그것도 인자하게 웃으면서…

저런 윗사람을 모신다고 생각하면 기함할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이 속에 깊게 똬리 틀고 있는 무언가가 굉장히 안정적이다. 왠지 신뢰가 간다. 더군다나 만면에 웃음이다. 미소 속에 스치는 무언(無言)의 긴장감과 대립과 협상의 프레임에서, 행정의 합목적성과 연속성과 지속성이 미묘하게 교집합을 이룬다. 그게 무너지면 210만 도민이 피해를 본다. 30년 충남도정 붙박이이자 얼결에 도지사권한대행까지 떠맡은 남궁영(56·사진)의 방식이다.

그와의 만남은 뜻밖이었다. 지사 궐위로 맞은 충남도 위기행정의 방향에 대해 그는 다른 입을 거치지 않은 직설(直說)로 표현하길 바랐다. 안희정 전 지사의 예상치 못한 궐위, 뜻한 바 없는 권한대행직에도 그는 당황스러운 기색도 없었다. “평생 프로 공무원으로 살아온 때문”이라고 했다. 남궁 권한대행은 부여 출신으로 1988년 기술고시(2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군 복무 3년과 행정자치부 대변인 경력 2년을 빼도 30년 가까이 충남도에 봉직했다. 말단 공무원을 일컫는 ‘주사’(주무관)와 합성해 ‘남궁 주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각종 현안에 훤하다.

남궁 권한대행은 전 지사의 중도하차 이후 하루 평균 대여섯 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바깥행사를 줄이고 줄인 게 그렇다. 선출직 지사가 내치보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 외치에 관심이 많았다면 그는 철저한 직업공무원으로서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궁 대행은 도청사 5층 행정부지사 집무실 밖으로 위용을 자랑하는 수암산에 곁눈질할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평일의 빠듯한 일정도 모자라 주말엔 홀로 출근해 업무서류를 챙겨본다.
도정이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되면서 매일 빠듯한 일과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업무의 연장으로 이어지는 만찬 자리까지 참석해야 함에도 그는 요즘 더 힘이 난다. 세간의 우려보다 빠르게 직원들이 전 지사의 충격을 극복하고 있다고 체감해서다.

남궁 대행은 “안 전 지사의 성추문 폭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로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잠시였다”며 “직원들이 만들어온 보고문서나 결재건수, 대면보고를 할 때 표정만 봐도 조직 전체가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직원들이 커다란 악재에도 도 행정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애쓰고 있는 게 느껴진다”면서 “민선7기가 새로 시작할 때까지 도민들이 도정을 걱정하지 않도록 동료 공직자들과 함께 더 치열하게 업무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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