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지나 어느새 우리 곁에는 봄의 전령사 산수유, 매화, 백목련이 찾아왔다. 그러나 우리 지역경제엔 여전히 경고등이 켜진 것 같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나라경제나 지역경제는 기본적으로 단단한 산업구조와 사회기반 인프라, 생산 활동인구의 유동성, 정책의 유연성 등에 기초해 성장하는 데 대전의 현안사업들은 정상적으로 순항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무늬만 바뀌어 선장 없는 배처럼 동력을 잃은 것 같아 보인다. 최근 10년 정도를 놓고 봤을 때 돌이켜 보면 제대로 끝났거나 진행된 대전지역 현안사업은 손으로 꼽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대표적 현안사업을 보면, 첫째 대전도시철도 2호선이 있다. 당초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로 거의 확정됐다가 다시 트램으로 바뀌었다. 대구는 이미 3호선이 모노레일로 개통되고 광주는 지하철로 착공하고 했다. 광주는 지하철이 되고 대전은 안 되는 이유가 궁핍하다. 정치력의 나약함, 지역의 응집력 부재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트램이 대전도시철도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지 실효성의 문제인 것 같다.

둘째로 유성복합터미널이 있다. 유성관광특구의 위상은 물론 대전의 이미지가 과거 유성읍 시절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대기업의 손에서 두 번이나 협상이 결렬돼 지금은 후순위업체와 마지막 협상 중에 있으나 장담하기 어렵다. 항간에는 그럴 바에는 공영개발방식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또한 새로운 관점에서 차기 시장이 해결해야할 과제인 것 같다.

유성은 세종시와 이어지는 완충지역으로 무척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안산 첨단국방산업단지는 개발 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고 관광특구의 한 호텔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업했다. 호텔 소유주는 호텔을 철거하고 주상복합을 짓는다는데 과연 이것이 정상인지 우문현답을 듣고 싶다. 유성의 밤에 불이 꺼진다는 건 대전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셋째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이다. 대전엔 도시공원이 602곳인데 이 중 도시 내 개발이 가능한 5개 지구에 대해 대전시가 제안 방식에 의한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도시공원 지정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보전 필요성이 큰 도시공원을 매입해 도시공원의 지위를 유지시킬 수 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겠지만 대전시의 재정 여건으론 감당하기 벅차다. 5개 지구 공원개발을 위한 토지매수에만 2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사업자가 해당 공원 전체 면적 중 30% 범위 내에서 개발해 개발이익금으로 공원구역 사유지를 매수해서 대전시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이다. 오히려 방치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개발을 유도해 공원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면서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관리가 안 돼 방치된 도시 내 공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려선 안 된다. 지역 발전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민간특례사업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몰제 도래 전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현재 월평공원과 매봉공원 2곳이 조건부로 심의를 통과해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갑천친수구역, 사이언스 콤플렉스, 안산 첨단국방산업단지, 용산동 현대아웃렛, 옛 충남도청사 부지 활용방안, 원촌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호남선광역철도 등 현안사업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전경제를 살리고 미래 대전의 경쟁력과 먹거리를 만드는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합리적 추진을 위해 거버넌스 형태의 시민기구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시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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