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대전시 시민안전실장

 

라일락 향기 그윽한 4월. 늘 그렇듯 봄은 꽃향기로 가득하지만, 4월은 우리에게 슬픔과 아픈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천지에 생명이 넘치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다. 4년 전 그날 이후 4월은 우리에게도 정말 잊을 수 없는 잔인한 달이 되어버렸다.

얼마 되지 않은 기억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세월호 사고 발생 4주년이 다가온다. 정부에서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정해 다시는 그 같은 불행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큰 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2014.10월, 16명 사망), 울산 관광버스 화재사고(2016.10월, 10명 사망), 제천 화재사고(2017.12월, 29명 사망), 밀양 세종병원 화재(2018. 1월 50명 사망)로 소중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재난사고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하인리히 법칙(1:29:300)’이 있다. 이 이론은 한 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300건의 사소한 징후와 29건의 중소규모 사고가 있다는 것으로 큰 사고는 우연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형사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큰 요인일 것이다.

되돌아보면 세월호 참사도 늘 관행처럼 해오던 항해사의 어처구니없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되었다. 그날도 선원들은 평소 하던 대로 출항 전 선박의 안전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했고 선장이 하도록 돼 있는 보고를 3등 항해사가 대신했으며, 3등 항해사는 일을 배울 때 그냥 ‘양호함’이라고 쓰면 된다고 배웠고 그날 역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려면 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불감증을 잡아야 한다. 이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연달아 발생한 대형사고를 통해 수없이 느꼈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며 사방에서 안전제일을 외친다. 그러나 그때뿐….

흔히 안전의식을 바꾸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부모가 되고, 그 부모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다시 손자 손녀에게 안전교육을 시키는 데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이와 같이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안전을 무의식 중에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대전시에서는 영·유아기, 청소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안전교육과 아울러 재난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찾아가는 시민안전교실을 통해 교육을 강화하고 캠페인 등을 통한 안전문화의식 함양에 힘쓰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안전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19시민체험센터와 교통문화연수원에서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안전교육·훈련을 통해 안전의식이 몸에 배도록 한다면 그 어떤 재난상황에서도 스스로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는 4월 16일, ‘국민안전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시민 모두가 생활 주변에서의 안전위협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가족들과 함께 여러 안전체험교육에 참여해 안전역량을 높여 보시기를 바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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