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4갑을 훔쳤다가 경찰에 검거돼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10대 고교생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미성년자를 수사하면서 부모에 알려야 하는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은 더 크다.

세종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달 말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A 군은 친구와 함께 새해 첫 날 새벽 슈퍼마켓에 들어가 담배 4갑을 훔친 혐의로 지난달 말 경찰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다. A 군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찰이 A 군을 조사하면서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무리하게 특수절도 혐의까지 적용했다는 점이다. A 군 아버지가 밝힌 사건의 전말을 들어보면 경찰의 행위는 비판받을 만하다. A 군은 올해 1월 1일 새벽에 세종시 한 마트에서 담배 4갑을 들고 나왔다. 문이 잠겨 있지 않을 상황이었기 때문에 호기심에서 나온 우발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다음 날 경찰에 신고가 됐고 CCTV를 분석을 통해 지난달 1일 친구에 이어 A 군도 경찰에 불려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사를 담당했던 경찰들은 미성년자인 A 군 등을 조사하면서 보호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이어 지난달 16일 A 군 등을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도 부모에게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성년자이자 초범인 A 군 등을 2인 이상 절도에 참여한 것이 특수절도에 해당한다며 검찰로 송치했다.

아들을 잃은 A 군의 부모는 경찰의 안이한 처신에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것이다. 아니 아이를 키우는 일반 부모의 입장에서 보아도 경찰의 너무나 성의 없는 수사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생이고 경미한 사건인 만큼 부모나 학교 등과 상의해 잘 타이르면 될 일을 경찰이 너무도 경직되게 처리해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세종경찰서는 일부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부서가 학생을 선도·보호할 수 있는 학교나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 업무 실수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A 군이 다른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바람에 엉뚱한 사람을 A 군의 어머니로 알고 통화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 경찰의 안이함과 경직된 태도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어찌 보면 경미한 사건인데도 경찰의 성의 없는 수사로 어린 학생의 목숨을 앗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이번 일로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 본연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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