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섭 경제·문화부 기자

창립 10년을 앞둔 문화재단에 봄바람이 불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아직 그곳엔 겨울이 멈춰있다. 대표이사는 벌써 세 번째 중도 낙마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각종 지원사업은 불공정 시비, 인사 등 문화 행정에서도 헛발질을 계속하면서 문화재단 스스로 지역사회의 불신을 자초했다.

선거를 앞두고 문화재단은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외치며 혁신안을 꺼내들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꺼림칙하기만 하다. 한 문화예술인이 “혁신안이 어디에서 논의되고 있는지, 혁신의 주체와 대상이 누구인지는 그 연유조차 알 수 없다”며 “문화재단 내부에서, 일부 인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혁신안이 ‘혁신’을 할 수 있겠느냐”는 하소연을 문화재단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달 22일 문화재단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 선출 건과 맞물려 혁신안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의 전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사업 통폐합을 통한 사업재편, 문학관 위상강화, 테미창작센터 등 위·수탁 기관의 효율적 관리, 현장 소통 강화에 대한 방안들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정도의 내용으로 혁신은 어림도 없다. 혁신은 변화를 뛰어넘는 수준이어야 한다. 당장 문화재단의 조직 개편과 위·수탁 기관 운영에 대한 혁신방안에 대해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비판만 있지 방향 제시를 전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 나갈 건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혁신안이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더구나 문화재단의 혁신안은 혁신 대상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표면적 혁신안에 불과하다.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혁신안을 내부에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함께 논의하고 풀어가야 한다. 내부인이라 단순하게 치부해 온 문제들은 외부인에 의해 사실 더 복잡한 문제였음을 깨닫게 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문화재단 혁신은 더 이상 뭉개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내년이면 창립 10년을 맞는 문화재단이 지역 사회를 향해 대전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방선거를 핑계로 혁신을 얕은 꼼수로 피해가려해서도 안 된다. 지역 사회가 문화재단에 혁신을 뛰어넘는 변화를 보여달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문화재단이 외면하고 회피하고 만다면 제 살에 칼 꽂는 일보다 더 감당하기 어려운 혁신을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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