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제정 뒤 2015년 보완
생뚱맞은 동성애 옹호 주장
한국당 의원 주도로 만들더니 폐지

지난 3일 충남도의회 재의결로 폐기수순을 밟고 있는 ‘충남도민 인권보호·증진에 관한 조례’의 짧은 생몰(生歿)의 역사는 도의원들의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의 아이러니로 점철돼 있다.

청소년이나 노인, 장애인 등 도내 인권약자를 제도권 내에서 보호하겠다는 거대 명분 아래 만든 조례를 불과 6년 만에 동성애 옹호·조장이라는 올가미로 옭아매 스스로 폐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권단체들은 의회 다수당인 자유한국당의 밀어붙이기식 횡포와 폭거로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역주민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와 기반을 허물어버렸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충남인권조례는 사실상 돌이키기 어려운 강을 건넜다. 의회 전횡을 견제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에 의회의 재의결 사안을 대법원에 넘겨 최종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으나 1년 이상 오랜 시일이 소요되고 그때까지 법적 근거가 없어진 도의 인권행정은 깊은 혼수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충남도민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안은 행정자치위원회의 심도있는 질의답변을 거쳐 심사한 것이니 위원회에서 심사한 내용대로 가결해 줄 것을 부탁한다.”

9대 도의회 시절인 2012년 4월 24일 제250회 임시회 2차본회의 당시 행자위원장이던 유익환 의원(새누리당·태안1)이 도정 사상 최초의 인권조례를 심사한 뒤 본회의장에서 한 말이다.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새누리당 의원이 주축이 된 22명이 공동발의한 인권조례안은 이렇게 9대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원안가결됐다. 유 의원은 훗날 10대의회의 후반기 의장으로 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재의결을 확인하는 의사봉을 두드린다.

인권조례 폐지의 명분으로 작용한 ‘충남도민인권선언’ 이행 등 조항이 신설된 인권조례는 2015년 9월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유병국 의원(새정치민주연합·천안3)에 의해 틀이 만들어졌다. 이때 역시 조길행, 백낙구, 김동욱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로 이름을 올렸다. 2014년 10월 충남도민 인권선포식 이후 높아진 지역의 인권의식을 반영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보완한 개정안은 그해 10월 8일 열린 10대의회 제282회 임시회 2차본회의 표결에서 재석의원 36명 중 찬성 35명, 기권 1명으로 대다수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통과됐다.

인권도정의 골격을 이룬 인권조례 전부개정안이 제정되고 불과 17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충남기독교총연합회는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적극 옹호한다며 폐지를 청구했고 6개월 간 서명운동을 거쳐 연말에 7만 7785명의 연서를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올 1월 김종필 의원(한국당·서산2)은 인권조례의 역차별과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폐지조례안을 대표발의했고 2월 본회의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한국당의 당론으로 가결에 성공했다. 그리고 4월초 인권조례를 지키려는 도의 재의 요구와 시민사회단체, 국가인권위의 반발에도 한국당 도의원들은 자기부정의 몰표를 던지며 인권조례 폐지를 확정지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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