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상권 잠식이 이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골목을 무대로 소상공업을 통해 먹고살던 서민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구멍가게는 모두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음식점들도 이제는 프랜차이즈 깃발을 걸지 않을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나라 치킨집 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점포 수보다 많다고 한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가 일본의 1.5배를 넘어선다고 한다. 대형 상권은 물론 골목상권까지 공룡 대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은 유독 심각하다.

떡볶이, 순대를 파는 프랜차이즈 형태까지 생겨나 동네 점포들을 위협하고 있고, 김밥집이나 라면집도 단독 점포 운영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수년 안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모든 점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가 그 동안 골목상권 수호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중단할 수는 없다. 서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골목상권 지원사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슈퍼마켓협동조합 중심의 동네슈퍼 협업화 지원사업을 지역 협업화와 전국 협업화로 나눠 추진한다고 한다. 슈퍼업종 소상공인들의 협업을 촉진해 체인형 슈퍼조합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사업의 기본 골격이다.

유럽식 성공모델을 국내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편의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구잡이식으로 점포 수 늘이기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매년 골목 슈퍼는 5000개 이상 문을 닫고 있다. 무리하게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빠져나오는 이들의 수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소상공인이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대기업의 상권잠식에 맞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동네슈퍼 협업화 지원사업은 의미가 있다. 단순히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주는데 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지역에서는 ‘대전지역 경제살리기 시민운동본부’라는 이름의 순수 시민단체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역시 대기업의 막무가내식 사업 확장으로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

새로운 시민단체는 내 고장 상품 애용하기, 골목상권 지키기, 불공정 거래 관행 몰아내기 등을 통해 대전을 지역경제 살리기의 모델도시로 만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부가 추진키로 한 동네슈퍼 협업화 지원사업은 이러한 시민운동과 손발을 맞출 때 더욱 힘 있게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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