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에서 담배 4갑을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법원 출석을 앞둔 10대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충격 여파로 인해 경찰의 소년범 수사 절차가 도마에 올랐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세종경찰서가 소년범 사건의 기본적인 수사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여타 소년범 사건들도 매뉴얼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보완 대책 마련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지방경찰청은 현재 담배 4갑을 훔친 혐의로 검거돼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상황에서 지난달 말 자살한 A 군을 담당했던 세종경찰서에 대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 숨진 A 군의 부모가 “미성년자인 아들의 범죄 사실을 경찰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아들이 경찰조사의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부모 형제와 친구들을 뒤로하고 하늘나라로 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기자들의 취재에 따르면 세종경찰서 수사부서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등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소년범 사건임에도 해당 내용을 학교전담경찰관(SPO)에 통보하거나 부수사관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년범 사건을 수사하면서 일반 성인사건과 구별없이 취급한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찰의 소년범 사건 수사과정의 문제는 비단 이번 사건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 소년범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SPO를 부수사관으로 지정하도록 공문을 보내 권장하고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성청소년 수사의 기본 매뉴얼조차도 일선 경찰들이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담배 4갑을 훔친 고교생의 극단적인 선택의 사례에서 보듯 소년범 사건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사후관리와 재발방지 쪽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선 경찰들이 기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소년범 사건을 취급하고 있는 것은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년범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매뉴얼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감시하는 시스템 보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어느 사건이나 수사가 종결됐을 때 매뉴얼대로 수사가 진행됐는지를 따져보는 내부 절차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뉴얼 준수 확인은 비단 소년범 사건뿐만 아니라 여성, 교통, 형사 등 일반 수사에까지도 확대 적용해 무리한 수사상의 문제점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경찰은 대책마련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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