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홀 주인이 더 책임" 주민 25만 명 안락사 반대 탄원

  

반려견 보호소에 갇힌 치코 [DPA=연합뉴스]

주인 2명을 물어 죽인 독일의 맹견이 주민들의 탄원으로 목숨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독일 하노버시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 레지메 K(여.52)와 아들 리리돈(20)이 신체가 심히 훼손된 채 과다 출혈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스태퍼드셔 테리어 종인 반려견 '치코'를 용의자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사체의 상태 등으로 볼 때 숨진 모자는 치코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하노버 시 당국은 사람을 공격해 숨지게 한 치코를 당연히 안락사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은 실행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이 '치코를 살려 둬라(Let Chico Live)'는 캐치프레이즈로 청원 운동이 벌여 무려 25만 명이 동참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투견으로 훈련된 치코를 무리하게 입양해서 곁에 둔 주인의 잘못이 더 크다"며 "치코를 안락사시키지 않고 사람으로부터 격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노버시는 치코를 행동장애를 겪는 반려견 보호 시설로 보낼 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시 대변인은 "치코가 반려견 보호 시설에서 지낼 경우 더는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을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숨진 레지메 K는 8년 전 치코를 입양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1년, 한 사회복지사가 학습장애를 겪고 있던 아들 리리돈과 면담하려고 아파트를 찾았다가 치코의 태생적인 공격성 탓에 가족 모두가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문 훈련사에게 맡기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치코 주인은 치코를 검역사무소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치코에게 공격 당해 숨지는 비극을 낳았다.

 현재 생포된 치코가 머물고 있는 반려견 보호소에는 치코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수백 건의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 청원 참가자는 "치코가 맹견을 잘 아는 주인과 행복한 새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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