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한 남자들의 얘기는 각 문화권에 많이 남아있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시대도 있었는데 바로 중세유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종교적인 차원이 아닌 경우는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 조선시대에도 거세당한 이들이 궁궐생활에서 빚어냈던 얘기들도, 우리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럼 중세유럽의 거세는 어떠했을까? 가장 잘 알려진 거세 얘기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벨라이드(Abaelardus:1079~1142)와 엘로이즈(Heloisa:1095~1164) 사랑얘기일 것이다. 이 둘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지내다 결국은 엘로이즈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안 그녀의 삼촌이 아벨리이드의 남자기능을 거세해 버린다. 명망가의 딸인 엘로이즈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와 얽힌 그녀에 대한 소문은 끝없이 날아 다녔다. 이런 소문에 시달렸던 그녀는 견디지 못하다가 결국 수녀원행을 결심해 버린다. 이런 스캔들 때문에 교회는 아주 유능한 신학자 아벨라이드를 잃은 셈이다.

중세의 가톨릭 사제들은 거세를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는데, 이것의 근원은 성서의 마태오 19,12절:"처음부터 결혼하지 못할 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사람의 손으로 그렇게 된 사람도 있고 또 하늘나라를 위하여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에 그 근거를 가진다. 오리게네스 같은 학자는 이런 성서에 따른 삶을 따르기 위하여 스스로를 고자로 만든 이에 속한다. 

또 다른 유형을 보자 바로 당시에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던 소년들이다. 이들이 거세당한 이유는 참으로 기이한데 바로 교회의 성가를 위해서다. 말하자면 늘 변성기 이전의 어린 목소리로 붙잡아 둘 방편으로 소년들에게 거세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에 대해서 그 유명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관여했는데, 그의 주장은 이들의 거세가 전연 나쁜 일이 아니라고 부추겼다고 한다. 거세를 당하면 일단 소년의 목소리가 유지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성당에서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이 자체가 벌써 신의 공경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윤리 신학자인 알폰소도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견해를 주장했는데 거세한 소년들의 노래가 진정으로 신을 찬양 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거라는데, ᆢ어찌 얼토당토 않는 교리에 맞춘 억측으로 들려진다. 

교황 식스투스(1585-1590)의 주장도 빠질 수 없다. 그는 교회의 성가를 부르는 소년들에게 이런 거세를 허락했는데, 이런 행위는 아주 경건한 곳에 사용 될 수 있는 자연법과 같다는 주장까지 했다니.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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