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연 대한웅변연합회장

 

대전 서북부지역의 관문이자 명품 복합환승센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성복합터미널이 삐걱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하주실업)의 사업 계획상 메인업체로 입점하기로 했던 롯데 측의 발뺌으로 사업자 지위가 상실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 공영터미널 주장 등이 제기되는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버스터미널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80년 중·후반으로 넘어오면서 고속버스 운수사업은 침체됐고, 이는 터미널사업에도 영향을 줬다. 2004년 4월 KTX 개통은 터미널 사업자는 물론 운수사업자에게도 위기를 불러왔고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터미널도 변화하지 않으면 몰락한다는 위기감이 엄습했고, 새로운 영업기법과 시설을 갖추는 등 진화를 거듭하다 호남선 센트럴시티가 신세계에서 운영하며 명품터미널로 부활하자 지방 소재 복합터미널들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갤러리, 영화관 등을 결합해 유통과 문화, 만남의 장소로 각광 받았다. 대전복합터미널도 대형마트 등 유통시설 중심으로 대형마트, 갤러리, 복합영화관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가미해 대전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로 부상하며 덩달아 주변 상권도 활성화됐고, 동대구는 6개 터미널을 통합해 유통과 문화시설을 가미한 복합환승센터로 시민 편익에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유성복합터미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당초 대전도시공사가 공영터미널이 아닌 민간터미널 공모사업으로 결정했던 것도 이런 복합터미널이 건립돼야 터미널 자체의 경쟁력은 물론 주변 개발에 기폭제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서울이나 6대 광역시는 물론 지방에도 유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터미널은 모두 민자 유치를 통해 조성됐으며, 주변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책 방향 자체는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시공사가 차순위와 협상하고 있는 와중에 지방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정치권 일각에서 공영터미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차순위가 공공시설인 터미널에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무모하고 궁색한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따져볼 가치도 없어 보이고, 문제는 본계약 체결이 불발됐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민간사업을 포기하고 공영터미널로 전환하자는 것은 하책(下策) 중에서도 하책이 아닐 수 없다. 철도도 민자 역사(驛舍)가 대세이고, 버스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광역시와 지방의 모든 터미널도 민간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복합터미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공영터미널은 1950년대에나 운영됐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영으로 운영되는 것은 한 곳도 없는데 급하다고 해 미래를 보지 않고 시대를 역행하는 주장은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발상이나 다름없다.

궁극적으로 유성복합터미널은 시민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유성 도심일대의 교통난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대전 서북부지역 관문 기능과 함께 유통·문화·예술·휴식 기능을 두루 갖추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유성복합터미널은 세종시 BRT(간선급행버스체계)와 연결되고 도안 2·3단계 개발이 본격화되면 상주인구 및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당장의 불편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터미널은 한 번 지어 놓으면 쉽게 변경하기가 어려운 도시계획시설이므로 도시공사는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결정을 해야 한다. 유성은 물론 대전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명품복합터미널로 조성하기 위한 고민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명품터미널을 고대하며 십수년간 불편을 참고 기다려 온 시민들에게 호응하고 보답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도시공사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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