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도권 경쟁 치열
與 세월호-5·18-盧서거-정상회담 등 진보 진영 결집 기대
野 안희정-박수현-구본영-박범계-이춘희 ‘오만한 與’ 부각

▲ 최근 남북 화해무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상반된 입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대전지역 곳곳에 내걸려 있다. 최 일 기자

오는 27일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내달에는 역사적인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성된 남북 화해무드를 적극 부각시키기 위해 ‘4월 남북정상회담-5월 북미정상회담, 평화의 봄이 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대전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반면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2010년 3월에 터진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상기시키며 ‘천안함 폭침 8주기, 진정한 평화=북핵 폐기’라는 플래카드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핵문제를 거론하며 민주당에 맞서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어느새 두 달 앞으로 닥치면서 여야가 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호재는 지지층 결집에, 반대로 상대방의 악재는 적극 공세에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이런 양상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국 판세의 바로미터이자 캐스팅보트인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지층 여론몰이가 과열되고 있다.

남북·북미정상회담 ‘블랙홀’ 될까?

소위 ‘이명박근혜’ 보수정권 하에서의 ‘잃어버린 9년’을 되찾겠다는 민주당은 안희정 쇼크(안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 박수현 낙마(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정체성·여성 문제로 충남지사 예비후보 사퇴), 구본영 천안시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연이은 충남발(發) 악재에 직면해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대전에선 박범계 시당 위원장의 시장·교육감 선거 개입 및 공천 관리 불공정 논란, ‘외상 갑질’ 소동, 시장 후보 경선을 둘러싼 극심한 내홍 등으로 어수선하다. 세종에서는 지난 2일 세종시균형발전협의회가 이춘희 시장을 성희롱에 의한 모욕,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특가법상 수뢰 등의 혐의(종촌종합복지관 부정채용과 센터장에 대한 성희롱 발언, 특정 갤러리 소유의 미술품 수의계약과 상가 구입 관련)로 검찰에 고발, 재선 도전에 나선 그에게 단단히 재를 뿌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 모든 악재를 덮을 것으로 학수고대하며 ‘원팀(One team)’을 외치고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 4주기(4월 16일), 광주민주화운동 38주기(5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5월 23일) 등 진보 진영을 결속시킬 기념일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도 지방선거 정국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만한 與 심판론 먹힐까?

이에 반해 보수 야권을 대표하는 한국당은 안희정 전 지사와 박수현 전 대변인, 구본영 천안시장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오만하고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민주당의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충남지사와 천안시장 후보를 공천해선 안 된다”라고 압박하는 한국당은 남북·북미정상회담과 개헌 등 대형 이벤트에 대해서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쇼”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사태 속에 이인제 전 의원을 충남지사로 전략공천, 민주당으로부터 “친박계 올드보이를 땜질공천했다”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대전에서도 민선 4기 시정을 책임졌던 박성효 전 시장을 다시 내세워 “한국당엔 박성효밖에 없냐”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여기에 ‘수도=서울’을 명시한 개헌안을 발표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하고 있다는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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