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최근 충북 증평에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40대 여성이 세 살 난 어린 딸과 함께 숨진 지 두 달만에 발견된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에 대한 재점검과 함께 부모가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속살인’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모정이 낳은 비극을 온정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지난 6일 A(41) 씨는 ‘남편이 떠난 뒤 혼자 딸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생계를 비관해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났는데 아이의 입장에서는 생존권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948건의 살인 중 존속살해는 55건(5.8%)으로 일반 살인범죄(88.7%) 다음으로 많다. 반면 자신의 자식·자손을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별도 가중 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 살인사건으로 분류, 별도의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것과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것 모두 끔찍한 범죄인데도 한 쪽만 가중처벌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법상 친부모, 배우자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 살인죄의 형량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존속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모가 아이를 죽이는 비속살해도 존속살인 못지않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달 10일 충남 당진의 한 모텔에서 생계문제로 40대 부부가 8살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 1월 10일에는 충남 아산에서 40대 여성이 23개월 된 아들을 질식사시켰으며 같은 지역에서 지난해 10월 18일엔 생활고를 비관한 30대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2살과 5살 된 아들을 질식사시켜 긴급 체포되기도 했는데 이런 사건을 ‘온정’의 시각에서 안타깝게만 바라보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거다.

아동인권보호 관계자는 “부모·자식 동반자살을 바라볼 때 비극에만 초첨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 자녀는 자신을 지킬 힘이 없다”며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보는 가부장적 인식 때문에 자녀살해 후 부모 자살을 큰 죄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비속살해 역시 존속살해처럼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직계비속인 13세 미만의 아동을 살해하는 범죄에 대해 존속살해와 같이 가중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한 법조 관계자는 “존속살해죄에 대한 가중처벌은 계속돼 왔다. 효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 관념상 패륜성에 비춰 일반 살인죄에 비해 사회적 비난이 높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강자나 권력자가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더 중대범죄로 인식되는 만큼 비속살인에 대한 법 개정에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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