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 전북 전주시의 한 찜질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55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15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큰 사상자는 나오지 않아 다행이나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해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찜질방 화재가 보여주듯 찜질방의 화재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찜질방의 안전관리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가 국가안전대진단의 일환으로 지난 2월 5일부터 3월 30일까지 소방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찜질방 43곳 중 12곳에서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찜질방 4곳 중 1곳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대전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가안전대진단 합동점검 결과 전국 1342개 찜질방 중 38.4%에 해당하는 515곳이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천 참사에도 불구하고 찜질방들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적사항 대부분은 ‘스프링클러나 피난유도등 주변 적재물 비치로 인한 기기 작동 방해’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자동 작동 스위치 내림,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등 소방시설 관리 불량이 많이 발견됐다.

이런 지적사항들은 찜질방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것으로 당국이 너무 과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불편할지도 모른다. 대전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피난구 유도등 점등 불량의 경우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난구 유도등은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화기와 연기로 인해 찾기 어려운 피난구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대수롭게 관리해서는 안 된다. 지난 제천 화재 참사 당시 해당 건축물에서 피난 유도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동안 발생한 화재 등 대형 참사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안전과 관련한 큰 문제는 그런대로 신경을 쓰고 있는데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방치하다 피해를 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피난구 유도등처럼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될 일을 방치하다 어마어마한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찜질방 운영자 등의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찜질방 등 화재취약 대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수시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규정 위반 시에는 일벌백계의 처벌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무장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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